지난 글들(2004~2008)

결혼 이야기

나사못 2009. 12. 29. 14:33
휴가차 떠난 여행길에서... 나를 사로잡았던 생각거리는 두 개였는데, 그 중의 하나가 결혼이었다. 나이가 나이이기도 하고, 축의금으로 인한 재정적 부담은 시간이 갈 수록 늘어가는 처지인 데다가, 결혼에 대한 압박을 상당부분 받고 있는 처지인지라 그럴 수밖에 없었나보다.

그 단상들을 간략히 적어보고 싶은 충동에 갑자기 빠지게 되어 이렇게 컴앞에 앉았다. 별다른 근거없이 한 생각들인지라 논리적이지도 근거가 명확하지도 않은 반면에, 내용 자체는 마치 근거라도 있는 느낌을 주기 십상인 상념이었는지라 논리적/학술적 반박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뭐 상관없다... 반박이야 하는 사람 자유니까...


1. 결혼, 기원이 뭘까?

결혼의 기원은 뭘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모계사회에서 부계사회로의 이행에 관해 주워들은 문화인류학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러니까... 종족보존이 중대한 임무였던 까마득한 옛날에 - 뭐 종족 보존은 여전히 중대한 임무이긴 하다... 왠지 므흣~ (?) - 군혼제가 유지되다보니 애가 태어났을 때 얘 아빠가 누군지는 도무지 알 길이 없어도, 엄마가 누군지는 너무나 명확했다는 것이 모계사회가 유지될 수밖에 없었던 원인 중의 하나라는... 식의 이야기였을 것이다. (여기서 문화인류학에 정통한 누군가가 나타나 'STOP' 하신다면 그저 OTL... -_-;;)

어쨌거나 저쨌거나 난 여기에 근거해서 한 가지 상상을 해보았다. ① 남자는 여자보다 힘이 세다. ② 근데이건 뭐 애를 낳으면 이게 내 앤지 남의 앤지 알 수가 없다. ③ 억울하다. ④ 에이~ 열여덜! 군혼 못하게 해버리자.

이래서 나온게 결혼 아닐까? (일부다처제였을 공산이 커보이지만...)

즉, '자연스러운' 군혼제에서 '부자연스러운' 결혼이라는 시스템에 나온 것은 남자들의 소유욕이 그 원인 아니었을까... 라는 이야기다. 일단 결혼에 대한 부정적 인식 3g 추가~


2. 결혼, 어떤 작용을 하고 있을까?

사람이 살면서 한 사람만 사랑하게 된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어렸을 땐 나도 그럴 줄 알았다. 소설에 나오는 남녀처럼 언젠가 운명적인 누군가를 만나서 그 사람만 평생 사랑하고 그 사람과 가정을 꾸려서 애도 낳고 오손도손... 살 줄 알았다는 말이지. 그러다가 정말 정말 사랑하게 된 누군가를 만났다. 근데 그 사람은 나를 안좋아하더군...-_-;; 몇 년인가 앓다가 잊었다. 뭐 대충 잊은 듯했다. 그 다음에 누굴 또 만나 사랑에 빠졌다. 이번엔 그 사람도 날 사랑해주더군. 정말 행복했다. 이제 이 사람과 평생을 함께... 할 줄 알았지. 근데 어찌저찌해서 깨졌다. 또 누굴 만났다. 몇 년 있으니 또 깨지더군. 그리고 또 누굴... 또... 또 누굴... 또...

몇 번 그러고 나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랑... 그거 별거 아니다. 사랑할 때는 누구보다 가깝던 사람이 돌아서니 순식간에 남남이더군. 구차하게 매달려본 적도 있고, 헤어졌다 또 만나본 적도 있고, 쿨한척 돌아서서 남몰래 눈물 흘린 적도 있었다. 그래봤자 별거 없었다. 헤어질 땐 곧 죽을거 같았지만 시간이 지나니 다 잊쳐지더군.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게 사랑이고, 유효기간이 상당히 명확하게 - 그 길이는 사랑의 품질에 따라 다르겠지만 - 명확하게 정해져 있는게 또 사랑이다.... 라고 생각하게 되어 버렸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보자.
모든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만났다 이별했다는 반복하며 산다면?

몇 번의 사랑과 이별을 경험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별만큼 피곤한게 없다. 이건 뭐 밥맛도 없고, 일(공부)도 손에 안잡히고, 뭘 해도 즐겁지가 않고 심하면 눈물도 난다. 한 두 번 경험해보고 나면 학습효과에 따라 다시는 하기 싫어지는게 이별이거덩.

그 피곤함을 덜어주는게 바로 결혼이다. 일단 결혼을 하면 시간이 지나서 상대방이 지겨워지더라도 상당히 강력한 원인이 없다면 이별하긴 힘들다. 욱해서 이별해버리자니 그동안 산 정도 있고, 애도 눈에 밟히고, 재산분할이다 위자료다 이런 것도 피곤하다. 주변 사람들의 고까운 시선도 만만치 않지. 다시말하면 결혼이라는 제도는 보통의 '이별'이 파생시키는 고통에다가 세배, 네배의 고통을 더 얹어줘서 어지간해서는 이별할 엄두도 못내게 만들어주는 효과를 가진 제도라는 거지.

그러다보니 억지로 억지로 같이 사는거다. '어이구.. 그래도 산 정이 있는데 내 아내가(남편이) 제일이지..' 라고 자기 최면을 걸어가면서...

이것이 바로 놀라운 결혼의 효과!! 그래서 부정적인 사고 3g 추가!


3.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더군

내가 이런 이야기를 씨부릴라치면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더군.

사람A : 니가 아직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못만나서 그래!
IntiFadA : 만나봤거덩? 정말 죽어도 좋을만큼 사랑해봤거덩? 그래봤자 상처만 남더라 뭐...

사람B : 어차피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라면 그래도 해봐야지?
IntiFadA : 말 한 번 뒤집어볼까? (독신을) 어차피 해도 우회 안해도 후회라면 (독신을) 그래도 해봐야지?
이건 말 안되냐? 그리고 그 말씀 하시는 당신! 당신 결혼했지? 거봐 내 그럴 줄 알았어.
결혼 안해보지도 않고서 뭘 이래라 저래라야?

사람C : 남들 다 안하는 결혼 왜 너만 안한다고 뻗대?
IntiFadA : 모두가 '예'라고 할 때 '아니오' 할 수 있는.....

사람D : 꼭 너처럼 말하는 사람이 젤 먼저 결혼하더라...
IntiFadA : 뭐 미래는 모르는거니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난 당장 결혼해도 빠른게 아니라는 거~

사람E : 너... 사실은 결혼할 사람이 곁에 없는거 아님?
IntiFadA : 움찔...


4. 결론

뭐... 앞서 말한 것처럼 미래는 알 수 없는거니 장담할 일은 아니겠지만....

여행중에 향후 몇년간은 결혼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했다. (이게 무슨 결심이야?) 좀 말이 되게 말한다면 정말 결혼하고 싶다... 는 생각이 들 때까지는 절대 등떠밀려서 결혼하지 않겠다는 말이지.


그냥... 그렇다는 이야기다...-_-;;





<2006.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