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들(2004~2008)
나카타 히데토시에 대하여
나사못
2009. 12. 29. 14:30
1
내가 나카타 히데토시라는 사람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많지 않다.
그가 나보다 한 살 어리다는것.
아시아에서 가장 성공한 축구선수 중 하나라는 것.
일본 국대의 중심이자 유럽무대에서도 제법 성공한 선수라는 것.
축구 뿐 아니라 사업가로서나 패션에 대해서도 상당한 재질을 가진 다재다능한 사람이라는 것.
자신이 속한 일본 국가대표팀과 그 선수들과 감독을 사정없이 비판하는 까칠한(?) 남자라는 것.
그리고 최근에 축구선수로서의 은퇴를 선언했다는 것.
내가 그에 대해 아는 것은 이 정도가 전부다.
물론 나도 다른 대부분의 대한민국 남성들처럼 축구라는 운동을 관전하기를 즐기는 편이다. (동시에 다른 대부분의 대한민국 사람들처럼 K리그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_-;;) 하지만 아시아에서는 당연히 한국 축구를 중심으로 관심을 가졌으며, 세계 적으로는 리켈메나 호나우딩요, 혹은 웨인루니를 보며 열광했을 뿐 나카타라는 사람에게 관심을 줄 여지는 별로 없었다.
그저 이웃나라 일본 최고의 플레이어이기에 3g의 관심도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 전부이다.
2
2006년 월드컵 마지막 경기에서 일본이 브라질에 참패 했을때, 나 또한 그 경기를 본 다른 많은 한국 사람들처럼 약간의 통쾌함과 약간의 비웃음을 띄며 좋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내 눈에 바닥에 쓰러져 눈물을 흘리는 나카타 히데토시의 모습이 보였다.
근성이 없다... 열정이 없다... 라는 이야기가 너무나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였던 일본 국대에서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패배에 통곡하는 그의 모습은 묘한 언밸런스를 느끼게 했다. 그 눈물의 주인공이 지난 몇 년간 일본 국가대표의 상징과도 같았던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일본국대를 실랄하게 비판한 까칠한 남자라는 것 또한 어쩐지 상징적인 느낌을 주었다.
그렇게... 그의 눈물은 나름대로 내 기억에 각인되었나보다.
3
한국과 일본, 두 나라가 모두 월드컵을 마감한 어느 시점에 그의 은퇴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그가 은퇴를 알린 글을 읽게 되었다.
“인생이란 여행이며, 여행이란 인생이다”
라고 이름붙여진 그 글을 통해 그는 담담히 자신의 축구인생을 돌아보며 그는 '축구 또한 인생의 한 부분일 따름이며, 그런 한 그는 이제 자신의 인생의 다음 단계를 여행할 때가 되었다.'라는 메세지를 던지고 있었다.
그의 글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했다.
한편으로 그의 이런 쿨한 모습은 한국적 정서와는 잘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는 아직 만 29세의 한창 나이이며, 아직도 피치에서 뛸 수 있는 체력과 기량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본다면 최후의 최후까지 그라운드에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 라는 것이 우리에겐 좀 더 익숙하고 박수치고 싶어지는 자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그게 한국과 일본의 차이인지, 대다수의 사람들과 나카타 히데토시라는 사람과의 차이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어느쪽의 자세가 올바른가, 혹은 우월한가 따위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다.(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무엇이라 여기지도 않는다.) 다만 그 글을 읽고, 짧은 지식이나마 그의 커리어를 생각해보며 나는 솔직하게 나카타라는 사람에 대해 경탄하는 마음을 품게 되었다.
그에 대해 잘 모르지만, '나카타 히데토시라는 사람, 존경할 만하군.'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4
내가 술을 좀 마시고 개똥철학을 늘어놓을 타이밍이 되면 종종 지인들에게 하는 이야기가 있다. '인생은 한 판 승부가 아니다.' 라는 것이다.
인생은 단숨에 승부가 나는 한 판 승부가 아니며 작은 승부의 연속이기 때문에 한 번의 실패에 과도하게 절망할 필요도 없고, 한 번의 성공에 과도하게 기뻐할 필요가 없다... 라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한 편으로 자신의 As-is가 마음에 차지 않는다면 다음번의 승부에서의 역전을 위해 미래를 준비해야 하고, 그것이 마음에 쏙 드는 상태라 해도 다음 승부에서 역전패하지 않기 위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학창시절에 자기보다 훨씬 성적이 좋지 않던 녀석이 사회에 나와보니 자신보다 더 인정받고 있다거나, 혹은 사회 초년병 시절 취업도 못하고 있던 녀석이 장사에 성공해서 내가 넘보기도 힘든 부자가 되어 있다거나 하는 종류의 경험.
그런 일이 생기는 것은 그 사람이 운이 좋았다거나 내가 운이 나빴기 때문이 아니다. 내가 그를 앞서있던 시점에서의 성과에 대해 만족해하고 있을때, 그는 절치부심 다음번의 승부를 준비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런 상황을 봤을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해하거나 질투하는 것이 아니고, 상대방이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묵묵히 다음번 승부를 준비하는 일이다.
항상 미래를 준비하는 자에게 승리의 기쁨이 찾아온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한 번의 승리로 인생 전체가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또한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한 번의 승리에 만족하고, 한 번의 패배에 절망하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이 버리지 못하는 '자연스러운 악습'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렇게 떠들어대고 있는 나에게도 마찬가지다. 모든 것이 말하기는 쉽지만 실행하기는 어려운 법이니까.
5
나카타 히데토시라는 남자는 축구선수로서 (아마도)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쏟아부었을 것이다. 아시아라는 척박한 축구 환경에서 그 정도 레벨의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이 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 점에서 기본적으로 그를 존경한다.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주변의 최선을 다하지 못하는 동료들을 - 부드러운 방식은 아니었지만 - 채근하고, 그럼에도 다가온 패배에 눈물 흘릴 수 있는 열정까지 가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같은 관점에서 차범근, 박지성, 이영표, 이천수 같은 선수들도 존경하고 사랑한다. 당연히...)
하지만 그를 더욱 존경하게 만든 것은 한계에 부딛혔다고 느낀 시점에서 미련없이 자신이 가던 길을 포기하고 새로운 꿈을 쫓는 그의 모습이다. 29세라는 젊은 나이에 선수생활을 접는 것이 근성부족 때문이 아니라 삶의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또 다른 열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의 그 모습을 존경한다. 그는 축구선수라는 현 단계에서 그가 임한 하나의 승부에서 제법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었지만, 그 시점에서 이미 다음번의 승부를 겨냥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말이다.
하바드 MBA를 겨냥한 그의 목표가 달성될지 아닐지는 알 수 없다. 열정과 노력이 있다고 해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아마도 그가 지금의 삶의 자세를 버리지 않는 한 그는 그가 몸담은 피치에서 성공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설사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열정을 가지고 노력하기 때문에.
그리고 그 노력은 그의 삶이 또 다른 스텝을 밟을 때 엄청난 자양분이 될 것임은 명확하다.
새삼...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는 순간이다...
<2006.07.07>
내가 나카타 히데토시라는 사람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많지 않다.
그가 나보다 한 살 어리다는것.
아시아에서 가장 성공한 축구선수 중 하나라는 것.
일본 국대의 중심이자 유럽무대에서도 제법 성공한 선수라는 것.
축구 뿐 아니라 사업가로서나 패션에 대해서도 상당한 재질을 가진 다재다능한 사람이라는 것.
자신이 속한 일본 국가대표팀과 그 선수들과 감독을 사정없이 비판하는 까칠한(?) 남자라는 것.
그리고 최근에 축구선수로서의 은퇴를 선언했다는 것.
내가 그에 대해 아는 것은 이 정도가 전부다.
물론 나도 다른 대부분의 대한민국 남성들처럼 축구라는 운동을 관전하기를 즐기는 편이다. (동시에 다른 대부분의 대한민국 사람들처럼 K리그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_-;;) 하지만 아시아에서는 당연히 한국 축구를 중심으로 관심을 가졌으며, 세계 적으로는 리켈메나 호나우딩요, 혹은 웨인루니를 보며 열광했을 뿐 나카타라는 사람에게 관심을 줄 여지는 별로 없었다.
그저 이웃나라 일본 최고의 플레이어이기에 3g의 관심도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 전부이다.
2
2006년 월드컵 마지막 경기에서 일본이 브라질에 참패 했을때, 나 또한 그 경기를 본 다른 많은 한국 사람들처럼 약간의 통쾌함과 약간의 비웃음을 띄며 좋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내 눈에 바닥에 쓰러져 눈물을 흘리는 나카타 히데토시의 모습이 보였다.
근성이 없다... 열정이 없다... 라는 이야기가 너무나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였던 일본 국대에서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패배에 통곡하는 그의 모습은 묘한 언밸런스를 느끼게 했다. 그 눈물의 주인공이 지난 몇 년간 일본 국가대표의 상징과도 같았던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일본국대를 실랄하게 비판한 까칠한 남자라는 것 또한 어쩐지 상징적인 느낌을 주었다.
그렇게... 그의 눈물은 나름대로 내 기억에 각인되었나보다.
3
한국과 일본, 두 나라가 모두 월드컵을 마감한 어느 시점에 그의 은퇴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그가 은퇴를 알린 글을 읽게 되었다.
“인생이란 여행이며, 여행이란 인생이다”
라고 이름붙여진 그 글을 통해 그는 담담히 자신의 축구인생을 돌아보며 그는 '축구 또한 인생의 한 부분일 따름이며, 그런 한 그는 이제 자신의 인생의 다음 단계를 여행할 때가 되었다.'라는 메세지를 던지고 있었다.
그의 글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했다.
한편으로 그의 이런 쿨한 모습은 한국적 정서와는 잘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는 아직 만 29세의 한창 나이이며, 아직도 피치에서 뛸 수 있는 체력과 기량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본다면 최후의 최후까지 그라운드에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 라는 것이 우리에겐 좀 더 익숙하고 박수치고 싶어지는 자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그게 한국과 일본의 차이인지, 대다수의 사람들과 나카타 히데토시라는 사람과의 차이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어느쪽의 자세가 올바른가, 혹은 우월한가 따위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다.(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무엇이라 여기지도 않는다.) 다만 그 글을 읽고, 짧은 지식이나마 그의 커리어를 생각해보며 나는 솔직하게 나카타라는 사람에 대해 경탄하는 마음을 품게 되었다.
그에 대해 잘 모르지만, '나카타 히데토시라는 사람, 존경할 만하군.'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4
내가 술을 좀 마시고 개똥철학을 늘어놓을 타이밍이 되면 종종 지인들에게 하는 이야기가 있다. '인생은 한 판 승부가 아니다.' 라는 것이다.
인생은 단숨에 승부가 나는 한 판 승부가 아니며 작은 승부의 연속이기 때문에 한 번의 실패에 과도하게 절망할 필요도 없고, 한 번의 성공에 과도하게 기뻐할 필요가 없다... 라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한 편으로 자신의 As-is가 마음에 차지 않는다면 다음번의 승부에서의 역전을 위해 미래를 준비해야 하고, 그것이 마음에 쏙 드는 상태라 해도 다음 승부에서 역전패하지 않기 위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학창시절에 자기보다 훨씬 성적이 좋지 않던 녀석이 사회에 나와보니 자신보다 더 인정받고 있다거나, 혹은 사회 초년병 시절 취업도 못하고 있던 녀석이 장사에 성공해서 내가 넘보기도 힘든 부자가 되어 있다거나 하는 종류의 경험.
그런 일이 생기는 것은 그 사람이 운이 좋았다거나 내가 운이 나빴기 때문이 아니다. 내가 그를 앞서있던 시점에서의 성과에 대해 만족해하고 있을때, 그는 절치부심 다음번의 승부를 준비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런 상황을 봤을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해하거나 질투하는 것이 아니고, 상대방이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묵묵히 다음번 승부를 준비하는 일이다.
항상 미래를 준비하는 자에게 승리의 기쁨이 찾아온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한 번의 승리로 인생 전체가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또한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한 번의 승리에 만족하고, 한 번의 패배에 절망하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이 버리지 못하는 '자연스러운 악습'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렇게 떠들어대고 있는 나에게도 마찬가지다. 모든 것이 말하기는 쉽지만 실행하기는 어려운 법이니까.
5
나카타 히데토시라는 남자는 축구선수로서 (아마도)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쏟아부었을 것이다. 아시아라는 척박한 축구 환경에서 그 정도 레벨의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이 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 점에서 기본적으로 그를 존경한다.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주변의 최선을 다하지 못하는 동료들을 - 부드러운 방식은 아니었지만 - 채근하고, 그럼에도 다가온 패배에 눈물 흘릴 수 있는 열정까지 가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같은 관점에서 차범근, 박지성, 이영표, 이천수 같은 선수들도 존경하고 사랑한다. 당연히...)
하지만 그를 더욱 존경하게 만든 것은 한계에 부딛혔다고 느낀 시점에서 미련없이 자신이 가던 길을 포기하고 새로운 꿈을 쫓는 그의 모습이다. 29세라는 젊은 나이에 선수생활을 접는 것이 근성부족 때문이 아니라 삶의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또 다른 열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의 그 모습을 존경한다. 그는 축구선수라는 현 단계에서 그가 임한 하나의 승부에서 제법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었지만, 그 시점에서 이미 다음번의 승부를 겨냥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말이다.
하바드 MBA를 겨냥한 그의 목표가 달성될지 아닐지는 알 수 없다. 열정과 노력이 있다고 해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아마도 그가 지금의 삶의 자세를 버리지 않는 한 그는 그가 몸담은 피치에서 성공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설사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열정을 가지고 노력하기 때문에.
그리고 그 노력은 그의 삶이 또 다른 스텝을 밟을 때 엄청난 자양분이 될 것임은 명확하다.
새삼...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는 순간이다...
<2006.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