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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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생각하는 자, 후회하는 자, 어리석은 자... 에피메테우스. 어쩌면 우리 모두를 지칭할 지도 모르는, 패자로 둔갑한 평범한 자의 이름. 우리를 가둔 생각의 상자밖으로 나간다면, 그를 향한 시선도 조금 더 따뜻해질 지 모르겠다.
by 나사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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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부터 도건은 게임에 손을 대지 않는 것만 제외하고는 평소와 다음없이 지냈다. 평소와 다름없이 밥을 먹고 잠을 잤으며 TV를 보고 동료들과 잡담을 했다. 근 10일째 게임을 하지 않아 감각은 많이 무뎌졌겠지만 오히려 도건의 정신은 점점 맑아지고 있었다. 도건은 조금씩 생각을 정리해가기 시작했다.

'더 이상의 벙커링은 찝찝하다.'

별다른 근거는 없다. 벙커링의 상대였던 두 사람이 죽었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벙커링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신빙성 있게 설명할 수 있는 근거는 전혀 없다. 몇몇 호사가들의 입에서 그 두가지를 연결시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제대로된 사고를 하는 사람들은 누구도 그에 대해 도건의 책임을 논하지 않는다.

문제는 도건 자신이었다.

배틀넷에서 메피스토와의 만남. 너무나 인상깊었던 그 날의 꿈. 그리고 마치 자신이 메피스토가 된 듯 연습도 없이 펼쳐낼 수 있었던 신들린 벙커링. 이어진 두 사람의 죽음.

다른 사람들은 그 네 가지 중 '죽음'이라는 한 가지만 알고 있지만 도건은 그렇지 않았고, 바로 그 점이 그에게 죄책감을 동반한 찜찜함을 남기고 있다.

'하지만 남은 8강 경기는 토스전이고, 토스전에 벙커링은 필요없다.'

그랬다. 비록 게임감각은 극도로 무뎌졌을지 몰라도 메카닉이라면 언제라도 자신있다. 게다가 전동춘과의 8강 마지막 경기는 '남자이야기2'에서 펼쳐진다. 테란이 일반적으로 타종족 상대로 괜찮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맵. 남은 4일간 연습으로 감각만 찾는다면 승산은 충분하다.

'남은 1경기를 잡는다면 설사 재경기를 간다고 해도 조2위 진출이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면...스타리그 4강에 오르는 것이고...4강에서 저그를 만나지만 않는다면 결승행도 가능하다.'

스타리그 4강, 그리고 결승무대. 게이머 데뷔 후 얼마나 오랫동안 꿈꿔온 자리인가. 이제 그것이 눈앞에 보이는 현실로 도건의 앞에 다가온 것이다. 꿈이 아닌 현실로.

'그래, 이제 벙커링은 하지 않겠어. 메카닉으로 4강까지 가는거야....'

인간의 마음이란 한없이 나약한 듯하면서도 강인한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참으로 간사한 것이 인간의 마음이다. 요 며칠간 미칠듯 도건을 괴롭혔던 죄의식과 절망감이 마음을 달리 먹음에 따라 차차 사라지고 그 자리에 프로게이머 본연의 승부욕이 자리하기 시작했다. 오히려 굳이 벙커링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
는 자신의 마음이 오버액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마음만 바꾸면 세상은 천국이라는 말이 거짓은 아닌 모양이다.

어쨌거나 메이저 대회 상위 라운드 진출에 대한 강력한 열망과 승부근성, 그리고 악마 따위는 없다는 이성적 사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도건은 절망의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날부터 도건은 다시 연습을 시작한다. 프로에게 10일이라는 공백은 큰 것이어서 도건은 연습경기에서 자신있어하는 메카닉테란임에도 불구하고 연전연패한다. 그러나 모처럼 되찾은 의욕은 패배에도 불구하고 도건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었고, 메카닉에 대한 탄탄한 기본기와 게임에 대한 집중력은 불과 3일의 시간 동안 도건이 원래의 상태를 되찾을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SKT배 스타리그 8강의 마지막 날이 밝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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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파의 자부심이 다른 SKT! SKT배 스타리그 8강 그 마지막 주차가 시작됩니다. 과연 오늘 4강 진출자가 모두 가려질 것인가! 아니면 재경기까지 가는 접전을 볼 수 있을 것인가! 오늘 경기에 8명의 선수들의 운명이 걸려 있습니다."

전상민 아나운서의 말투는 여전히 힘찼으나, 표정은 말투만큼 밝지 못했다. 두 명의 선수가 대회중 불의의 사고를 당한 것이 리그 관계자 모두에게 슬픔과 부담을 주고 있는 까닭이리라.

"자, 오늘의 첫 경기가 메카닉 테란의 황제 최도건 선수와 퍼펙트토스 전동춘 선수의 대결인데요... 이 경기를 어떻게 보십니까?"

"네, 일단 최도건 선수 스타리그, 챌린지리그, 듀얼, 프로리그를 모두 합쳐서 대 프로토스전 전적이 무려 11승 2패로 승률 1위거든요. 테란과 프로토스의 상성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말도 안되는 승률인데다가 오늘 경기는 테란과 프로토스의 전적이 8:5로 테란이 앞서고 있는 남자이야기2에서 벌어집니다. 다시 말해서 객관적인 요인은 아무래도 최도건 선수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최도건 선수가 개인적인 문제로 연습을 제대로 못했다는 것인데요..... 지난 8강 첫경기 이후로 무려 10일 가까이 연습을 쉬다가 며칠 전부터야 다시 연습을 했다고 하거든요. 아무리 메카닉의 제왕이고는 해도 이런 연습량 부족은 결정적인 순간에 영향을 미칠 수가 있죠."

언제나처럼 데이터에 의한 경기분석을 들려준 엄위원의 멘트를 이번엔 김성원 위원이 받는다.

"그렇죠. 요즘처럼 게이머들의 실력이 평준화된 상황에서 연습량의 차이는 결정적이라고 할 수 있죠. 게다가 경기전에 전동춘 선수를 만나봤는데 필승전략을 준비해 왔다면서 상당한 자신감을 보였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비록 객관적으로는 최도건 선수의 우세를 점친다고 해도 전동춘 선수에게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보려집니다."

"네, 오늘도 흥미진진한 경기가 기대되는군요. 자 경기, 보시죠!"

도건의 위치는 7시였다. 오늘 도건이 준비해온 전략은 조금은 투팩 벌쳐의 기동성으로 상대의 병력과 자원에 타격을 주면서 앞마당을 먹으며 탱크, 드랍쉽을 추가하여 사방에서 상대의 병력과 멀티를 이른바 '앞벌쳐 뒤탱크'로 견제하는 전략이었다. 기본적으로 물량 중시 스타일인 그의 원팩 더블형 메카닉을 대비하고 나올 상대를 기동성을 중시하는 전략으로 잡아낸다는 것이 도건의 전략이 가진
포인트라 할 수 있다. 워낙 도건 자신이 벌쳐 컨트롤에 대한 자신감이 있고, 멀티 태스킹 능력도 - 적어도 메카닉에서는 - 최고 수준에 이르러 있기에 주저없이 택한 전략이다.

준비해온 데로 착착 테크를 올리며 정찰을 보낸 도건은 상대의 위치가 1시임을 발견한다. 가로 방향부터 정찰했기 때문에 다소 늦게 상대 진영을 발견하게 된다.

'응? 드라군이 좀 늦네? 로보틱스는 빠른 듯하고, 프로브는 좀 많아 보이는데? 이건...?'

불독토스. 불독이라는 아이디를 가진 사람이 발견했다고 해서 불독토스라는 애칭이 붙은 노드라군 로보틱스 빠른 옵저버 후 쓰리 게이트 빌드다. 한동안 배틀넷을 풍미했던 그 빌드...

상대진영을 정찰하던 SCV는 드라군에 의해 잡혀버렸고, 도건은 상대의 빌드를 불독이라고 확신한다.

'정말 불독이라면 초반 투팩벌쳐로는 안되겠는걸...'

상대가 불독빌드라면 도건쪽에서 6~7벌쳐가 출발할 때 상대 또한 6~7 드라군을 보유하게 되고, 이후 병력은 더 엄청나게 폭발하게 된다. 도건이 준비해온 투팩벌쳐에는 그야말로 상극이라고 할 수 있는 빌드였다.

'호... 내 빌드를 읽었다는 건가? 전동춘, 연구 좀 했는데...'

도건은 순간적으로 작전을 변경한다. 상대가 투팩벌쳐에 최적화된 불독이라면 그 또한 그에 상응하는 빌드를 택해야 한다. 도건은 5시 본진 한쪽구석으로 SCV를 보낸다. 투팩벌쳐를 페이크로 쓰고 몰래 스타포트를 활용 벌쳐드랍을 하겠다는 것이 도건의 생각이었다. 불독을 상대로 투팩 몰래 스타포트는 성공만 하면 일격필살이기 때문이다.

'상대가 몰래스타를 눈치채지 못하게 하는 것이 관건이다.'

불독토스가 유명한만큼 불독토스에 천적이 되는 몇 가지 빌드 중 하나가 투팩 몰래스타라는 것 또한 유명했다. 따라서 조금만 낌새가 이상해도 동춘은 벌쳐드랍에 대한 대비를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그냥 처음의 계획대로 벌쳐놀이를 하는 것보다도 못한 결과가 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상대의 옵저버가 도건의 본진을 훤히 보고 있다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과거 도건은 불독을 쓰는 프로토스를 상대로 뚝심의 투팩벌쳐를 활용해 이겼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불독을 정찰하고도 계속 투팩벌쳐로 진행한다는 것이 상대방 입장에서 그렇게 이상할 것은 없다는 점이었다. 따라서 벌쳐가 나가는 타이밍만 적절히 조정하면 상대는 도건이 '딴짓'을 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도건은 SCV의 생산을 쉬면서까지 6벌쳐가 늦지 않은 타이밍에 나오도록  빌드를 구성해간다. 스타포트와 드랍쉽에 들어간 자원의 차이를 상대가 눈치채지 못하게 하는 것이 성패의 관건이기 때문이다. 마침내 6벌쳐가 나오고, 속업과 마인업이 된 벌쳐가 상대 진영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5시 본진에서는 드랍쉽이 적절하게 생산되기 시작한다.

SCV를 쉬어가면서까지 타이밍을 맞췄기 때문에 첫번째 드랍에서 피해를 주지 못한다면 그것으로 게임은 끝이다. 도건은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것을 느끼며 상대진영 근처로 벌쳐를 전진시켜 드랍쉽을 기다린다.

"아~ 전동춘 선수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어요! 이거 잘하면 대박 날 수 있겠는데요?"

"지금 전동춘 선수는 한 기의 드라군을 언덕 위쪽에 홀드시켜 놓고 나머지 드라군들을 앞마당쪽으로 배치해놓고 있죠. 이건 최도건 선수가 입구가 막힌 것을 모르고 정면난입을 시도할 경우 뒤에서 드라군 다수가 덮쳐서 벌쳐를 다 잡겠다는 생각인데 정작 최도건 선수는 4벌쳐 드랍을 시도하고 있거든요?"

"아...지금 드랍쉽에서 벌쳐 내리죠! 벌쳐 마인 매설하고 프로브 사냥하기 시작합니다! 대박이네요, 대박! 뒤늦게 프로브 빼고 드라군 달려 옵니다만....... 아! 이게 뭡니까!!"

동춘 앞마당의 미네랄을 클릭해놓은 프로브는 줄줄히 동춘의 게이트웨이 옆을 지나다가 막 게이트에서 나온 드라군에 반응한 도건의 마인에 떼죽음을 당하고 만다. 사실상 승부가 기운 것이다.

"전동춘 선수 좀 이상하네요. 노 드라군 옵저버 전술을 사용했으면 상대의 벌쳐드랍 가능성을 예측했어야 하는데, 이건 너무 허무한데요? 글쎄요... 리플레이 파일을 확인해야 알겠습니다만, 최도건 선수가 어쩌면 SCV를 쉬어가면서 타이밍 페이크를 썼을지도 모르겠네요."

"네, 아무래도 그런거 같죠.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까지 드랍쉽에 무기력하게 당할 전동춘 선수가 아니거든요. 이 경기는 이제 역전 안나옵니다. 오히려 옵저버로 상대 진영을 보고 있던게 독이 되어버렸어요."

이후 동춘은 도건의 벌쳐를 잡아내고 기사회생을 노려보지만, 도건은 지속적인 드랍쉽으로 상대를 견제하며 앞마당을 먹고 팩토리를 늘린다. 동춘도 뒤늦게 앞마당을 먹었지만 초반 프로브 피해를 극복할 수 없었고, 마침내 도건이 물량이 폭발하는 타이밍에 경기를 포기하게 된다.

"아~ GG! GG나옵니다. 최도건 선수, 역시 메카닉 테란의 제왕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멋진 경기운영으로 전동춘 선수를 퍼펙트하게 잡아냅니다."

'해냈다.....'

경기를 마친 도건은 스스로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듯한 기분을 느꼈다. 스타리그 4강. 얼마나 오래 바래왔던 자리이던가. 얼마나 오랜 시간동안 기다려온 자리인가.

'이제 태준이가 남은 경기를 이겨서 재경기 없이 4강에 진출하고, A조에서 윤성이가 진락이만 잡아주면 4강은 윤성이와의 테테전. 윤성이도 강하지만 테테전이라면 얼마든지 자신있다... 스타리그 결승이 눈앞에 있어...'

도건은 마치 이미 스타리그 결승에 진출한 듯 기뻐하고 있었다. 이제 차분히 남은 경기의 결과만을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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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건의 간절한 바램은 결과적으로 반만 이루어졌다. 변태준은 장학철과의 8강 B조 마지막 경기에서 공1업 저글링의 강력한 타이밍 러쉬로 승리하면서 3승으로 조1위를 확정지었다. 뒤이어 도건이 2승 1패로 조2위로 4강 진출.

그러나 A조에서는 도건의 바램과는 달리 서윤성과 조진락이 무려 50여분에 달하는 접전을 벌인 끝에 자원이 마른 서윤성이 GG를 선언하여 조진락이 조1위, 서윤성이 조2위로 결정되었다.

※ SKT배 스타리그 4강 대진

   - 4강 1주차 변태준 vs 서윤성                      - 4강 2주차 조진락 vs 최도건
       제1경기 : 네오 버티고2                                   제1경기 : 네오 버티고2
       제2경기 : 비프로스트3                                    제2경기 : 비프로스트3
       제3경기 : 남자이야기2                                    제3경기 : 남자이야기2
       제4경기 : 백두대간                                         제4경기 : 백두대간
       제5경기 : 네오 버티고2                                   제5경기 : 네오 버티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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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이 지났고 변태준과 서윤성은 SKT배 스타리그의 결승진출자를 가리기 위한 첫번째 대결을 벌이게 된다. 도건은 윤성의 승리를 절실히 기원한다. 비단 윤성과의 친분이나 같은 종족 유저라는 것 외에 자신이 결승행을 할 경우 상대가 테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거기에 담겨 있었던 것은 물론이다.

조진락과 더불어 양대 태란킬러로 불리우는 뉴에이지 저그 변태준과 당대 최강의 테란 유저로 손꼽히는 퍼펙트 테란 서윤성의 맞대결은 수많은 팬들의 기대대로 엄청난 명경기를 낳았다. 둘은 번갈아가며 승패를 주고받았고, 마지막 네오 버티고에서는 두 종족의 거의 모든 유닛이 등장하는 40여분간의 공방전 끝에 태준의 울트라리스트 두 부대 가량이 센터에 자리잡은 윤성의 탱크+마메+구름베슬 조합에 녹아내리며 결승 진출자가 결정된다. 서윤성의 2번째 스타리그 결승진출! 윤성은 사상 3번째로 스타리그에서 2회 이상 우승한 게이머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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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좀 쉬었다 하자."

영준이 온통 땀에 범벅이 된 채로 말했다.

"응, 그래."

도건 또한 많이 지친지라 흔쾌히 영준의 제안에 응한다. 녹차 생각이 난 도건은 냉장고에서 페티병에 든 인스턴트 녹차 한 개를 꺼내 들이킨다. 손을 내밀고 기다리고 있는 영준에게 녹차를 건냈고, 몇 모금 마신 영준이 말을 잇는다.

"형, 이제 벙커링은 안쓰기로 한거야?"

영준의 질문에 도건은 일순 멈짓한다. 두 사람의 죽음. 그것은 몇 주의 시간으로 완전히 잊혀질 만큼 가벼운 것은 아니기에.

"응.... 뭐 꼭 안쓰겠다기 보다는..."

"안 쓰는 것도 괜찮을 것같아. 어차피 상대는 형 벙커링을 염두에 둘테니 초반을 가난하게 진행할거 아냐? 그걸 이용해서 메카닉이나 더블 커맨드로 진행하는 것도 좋을 것같아."

"그래, 나도 그 생각을 하고 있어."

도건의 조금은 건조한 대답에 영준이 싱그럽게 웃으며 말한다.

"게다가 형 바이오닉 컨트롤도 많이 좋아진 것 같아. 운영이야 원래 나쁘지 않았고...5경기 까지 스토리를 잘 짜서 벙커링을 쓰는 경기랑 벙커링을 상대가 의식할 때 째는 경기를 번갈아면서 하면 승산이 있겠어. 형 우승하면 인터뷰에서 내 이름 꼭 말해주는거야. 응?"

"우승은 임마...."

도건은 영중의 이야기를 일축해 버렸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게다가 실제로 자신의 바이오닉이 좋아졌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기에 더욱 그랬다.

'그래, 벙커링 없이 가는거야. 벙커링을 의식한 진락이에게 카운터를 날리는 거야.... 우승...우승이라...'

운명의 4강전을 2일 앞두고 도건은 스타리그 우승의 꿈에 빠져 있었다... 자신의 앞날을 조금도 예측하지 못한 채로.

<2004.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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