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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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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 엠게임넷 스타리그 결승전 중계 *** [622] 운영자 2004/12/05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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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스타크래프트 갤러리 이용안내 [71] 운영자 2004/09/19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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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비방, 사진없는 게시물, 스타와 관계없는 ...[55] 운영자 2004/09/20 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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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4980 서윤성 오늘 완죤 막갔삼 [1] 싱하아우 2004/12/0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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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4979 조용해라 3경기 시작한다... [3] 그분빠 2004/12/05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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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4978 이제 진정한 최강의 테란은 최도벙!! [12] 벙커마왕 2004/12/05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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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4977 찌질대지좀 말고 경기봐라! 맞는다! [17] 윤성감대 2004/12/05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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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4976 살인벙커, 살인벙커, 살인벙커... [22] 살인벙커 2004/12/05 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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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4975 밑에놈 존내 맞기싫음 입오무려라... [4] ㅋㅋ 2004/12/05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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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4974 죄도벙 우승 안댄다 우승은 오직 서윤성 [30] 윤빠 2004/12/05 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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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4973 최도벙 테테전 최고...벙커링보다 낫다... [9] ㅁㅁ 2004/12/05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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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4972 3경기 결과를 예상해 보아요~ [5] 쉐킷 2004/12/05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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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4971 살인테란의 뒤를 잇는 새로운 대세 [2] 아싸가오리 2004/12/05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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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4970 결승전다운 멋진경기삼~ [9] 1 2004/12/05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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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4969 오늘부터 죄도벙 팬한다! [11] 벙커만세 2004/12/05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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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4968 3경기도 최도벙이 이긴다!3경기도 최도... 벙빠 2004/12/05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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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크래프트와 관련된 모든 사이트들은 이미 실시간으로 시끄러워져 있었다. 만년 16강을 맴돌던 도건의 결승진출과 결승전에서 당대 최고의 테란인 서윤성을 1, 2경기에서 완전히 압도하며 승리한 것은 충분히 화제거리가 될만한 일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3경기가 시작된다. 도건이 게임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메이저대회 챔피온으로 등극하게 만들어줄 수도 있는 3경기가...
"1경기와 2경기... 예상을 뒤엎고 최도건 선수가 두 경기를 연달아 잡아내고, 우승의 문턱까지 와 있습니다. 이제 3경기, 최도건 선수의 굳히기냐 서윤성 선수의 반격이냐? 비프로스트3에서 벌어지는 SKT배 스타리그 3경기, 시작합니다."
'윤성이는 작은 틈이라도 칼날같이 파고 들어오는 녀석이다. 이 경기를 잡아서 조그만 틈도 주지 않는다. 챔피온이 되기 위해 살인까지 불사한 나다. 절대로... 절대로 패하진 않아!!'
'게임을 져도 좋다. 절대로... 절대로 앞선 두 경기처럼 상대의 흐름에 이끌려 다니지 않겠다. 나는 서윤성이다. 게임을 지배하는 사람이지, 게임에 지배당하는 사람이 아니다!'
서로 다른 생각들의 교차점에서 게임이 시작되었다. 도건의 위치는 7시였고, 자연스럽게 윤성의 위치는 1시였다. 도건은 천천히 일꾼들을 생산하여 어떤 빌드로 게임을 진행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원래 도건이 준비해온 것은 빠르게 뒷마당을 가져간 후 풍부한 미네랄을 바탕으로 다수 벌쳐를 운영, 상대를 압박하며 차분히 가스를 모아 한 번에 다수의 탱크를 생한 멀티를 확보하는 전략이었다. 사실 가스가 소모되지 않는 벌처와 같은 유닛으로 초반 상대의 가스가 소비되는 유닛 - 탱크나 드라군 같은 - 과 맞바꿔주면서 축적된 가스를 바탕으로 한 번에 다수의 탱크를 생산, 몰아치는 플레이는 도건보다는 윤성이 자주 보여주는 메카닉 운영법이다. 도건은 비프로스트에서의 게임을 준비하면서 '상대의 작전으로 상대를 공략하는' 빌드를 만들어온 것이다.
'하지만....'
그러나 막상 게임을 시작하고 도건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만에 하나 윤성이가 똑같은 운영방법을 준비해왔다면...'
'그렇다면 이와 같은 운영을 벌써 수십, 수백번 경험했을 윤성을 상대로 이길 수 있을까?'
기본적으로 도건은 벌처의 컨트롤에는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의 스타크래프트 경향은 좀처럼 컨트롤로 승부가 갈리지는 않는 편이다. 이미 프로게이머들의 컨트롤은 '더 나아질 수 없는' 수준에 가깝게 성장했고 컨트롤 자체에만 집중했을 때 컨트롤 능력은 대동소이했다. 결국 매크로 매니지먼트라고 할 게임의 운영과 멀티태스킹 능력에 의해 승부가 갈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와 같은 측면에서 도건은 자신이 윤성보다 나을 것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다.
'앞선 두 경기에서 내가 윤성이를 압도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전략적 운영이란 면에서 윤성이를 앞섰기 때문이다.'
'유닛의 가위바위보 싸움이나 타이밍적인 측면, 그리고 상대가 예측하기 힘든 운영을 가져가는 부분. 그것이 내가 윤성이를 잡을 수 있는 키 포인트이다.'
그랬다. 1경기에서 도건이 윤성을 잡아냈던 것은 도건의 초반 운영이 벌처 중심이라는 예측을 하게 만든 후 빠르게 탱크로 진행했기 때문이었고, 2경기에서는 윤성이 생각할 수 없는 타이밍에 몰래 멀티를 가져간 것이 도건을 승리로 이끌어 주었다.
'그렇다면 이 게임에서는...?'
사실 이 맵에서 초반 벌처 이후 탱크로 진행하면서 멀티를 추가해간다는 전략은 누구나 쉽게 예측할 수 있는 범주에 들어간다. 그리고 예측가능한 전략적 범주에서 윤성을 잡아낼 수 있는 프로게이머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윤성이 생각지 못하는 카드를 준비해야 한다. 윤성이 생각지 못하는 카드를...'
'이왕이면 1, 2경기를 내준 여파가 남아있는 초반에 확실한 이득을 챙길 수 있는 카드로...'
1경기와 2경기는 철저히 도건이 준비해온대로 경기가 진행되었고, 그 철저한 준비의 영향으로 전략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준비해온 카드는 버렸다. 이젠 즉석에서 써먹을 카드를 내밀어야 한다. 그것도 상대의 예측범위를 벗어나며 초반에 승기를 잡을 수 있는 전략을...
'있다. 내가 아주 익숙하면서, 상대의 예측범위를 벗어날 수 있는, 그리고 초반에 승리를 결정지을 수 있는 전략이... 한 번도 이 맵에서 테란을 상대로 연습해보지 않았지만, 내가 누구보다 잘할 수 있는 전략이!!'
'하지만......'
짧은 고민. 아주 짧은 고민에 빠졌던 도건은 재빨리 2기의 SCV를 상대 진영으로 보낸다. 아직 정찰 나가기도 이른 타이밍, 그 타이밍에 2기의 SCV를 전진시킨다는 것이 의미할 수 있는 전략은 하나뿐이다.
'괜찮을 거야...'
도건은 메피스토에게 이미 계약파기를 선언했고, 메피스토는 도건의 우승을 전제로 계약파기를 수용한다고 말했다. 이 게임을 도건이 잡는다면 도건의 우승과 함께 계약은 파기된다. 따라서 윤성이 도건의 벙커링으로 인해 패배한다고 해도, 이미 계약은 파기되었기에 윤성에게는 해가 미치지 않는다. 게다가 윤성은 저그도 아니다.
냉정하게 전후상황을 분석하며 도건은 전략을 결정짓는다. 이른바 9, 9배럭이라고 하는 BBS벙커링. 그것이 도건의 선택이었다.
도건이 선택한 배럭의 위치는 윤성의 입구에서 약간 아래쪽으로 내려와 오른쪽 끝에 바싹 붙은 자리이다. 이 위치는 윤성의 정찰 SCV가 도건의 진영으로 올 때 시야에 들어오지 않음은 물론, 윤성이 전진 건물을 의식해 5시쪽의 멀티로 정찰 SCV를 보낸다고 해도 발견하지 못하는 위치이다. 이미 많은 선수들이 이 맵에서
뒷마당 입구쪽으로의 전진배럭 후 벙커링, 두 스타팅 포인트의 세로 방향에 위치한 멀티쪽의 전진 건물을 이용한 질럿, 또는 마린러쉬 등을 시도한 바 있기에 도건이 택한 위치이다. 그야말로 등하불명의 위치라 할 만하다.
도건의 첫번째 배럭이 3/4정도 완성되었을 때 도건은 SCV한 기를 입구로 보내 서플라이 디포우를 건설, 자신의 입구를 봉쇄한다. 윤성의 정찰 SCV가 도건의 본진을 보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 물론 SCV가 뒤쪽 입구로 돌아 들어오거나 배럭을 날려 정찰을 한다면 도건의 본진을 보게 되겠지만, 그 때즘에는 이미 윤성의 진영에 도건의 마린들이 난입해 있을 것이다!
첫번째, 두번째 배럭이 차례로 완성되고 도건은 마린을 모으며 상대 진영으로 SCV를 보내 상대 진영을 정찰한다. 상대 진영에서는 팩토리 한 기가 올라가고 있었고 배럭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정찰 배럭을 날렸군. 예상대로다!!'
도건의 예측대로 도건의 병력이 난입할 때 윤성의 진영에 있을만한 것은 SCV 뿐이다. 그렇다면 승부는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도건은 마린 4기가 모였을 때 4마린, 2SCV로 상대 진영을 향해 진격한다. 곧이어 윤성의 SCV다수와 도건의 4마린 2SCV사이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기 시작한다.
윤성의 SCV컨트롤은 과연 절묘했다. 하지만 마린은 레인지 유닛. 도건은 마린 4개를 때로는 같이 때로는 따로 움직이며 SCV에 둘러싸이지 않도록 절묘하게 컨트롤한다. 그리고 그 틈바구니 속에서 도건은 SCV 한 기를 윤성의 뒷마당 언덕으로 보내서 벙커를 짓는다. 윤성도 도건의 SCV가 뒷마당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았지만, 도건의 절묘한 마린 컨트롤과 또 다른 한 기의 SCV가 본진 안쪽에서 벙커를 짓다가 중지하고, 또 짓다가 중지하는 컨트롤을 보이는 통해 뒷마당까지 SCV를 보내지는 못한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잠시면 뒷마당쪽의 벙커는 완성된다. 벙커가 완성되거 거기에 마린이 들어가기만 하면, 그렇게만 된다면 게임은 끝이다! 도건의 신체에서 아드레날린이 격렬하게 분비되기 시작했고, 그에 비례해 도건의 컨트롤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진다.
윤성은 멋진 SCV컨트롤로 도건의 마린을 하나씩 하나씩 잡아내고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윤성의 SCV도 점점 줄어들고 있었고 전진배럭에서 마린은 충원되고 있었다. 도건의 마린 컨트롤은 정말 대단했다.
'이 위기만 넘기면...'
윤성은 생각했다. 그리고 입술을 꼭 깨물고 컨트롤에 집중한다. 카운터 펀치를 날릴 타이밍을 기다리며.
막 뒷마당의 벙커가 완성되었을 때, 윤성의 본진에 도건의 마린은 한 기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러나 윤성의 SCV 또한 이제 6개 밖에 남지 않은 상황. 그리고 어느새 도건의 또 한기의 SCV는 윤성의 본진에 아래쪽에도 벙커를 짓고 있었다.
도건은 전진배럭에서 막 생산된 병력을 상대 진영으로 보내며 승리를 확신한다. 6기의 SCV로는 두 개의 벙커를 다 막을 수는 없다. 윤성이 앞마당의 벙커를 저지한다면 뒷마당의 벙커로 마린을 보내면 되고, 뒷마당의 벙커를 저지하려 한다면 앞마당의 벙커로 마린을 보내면 된다. 만약 SCV로 입구를 막는다면 자원을 모을 수 없을테니 마린으로 SCV를 하나씩 공격해주며 본진에서 천천히 팩토리를 올리면 된다.
비록 윤성의 본진 팩토리가 거의 완성되었지만, 어차피 자원이 없으니까... 도건은 흥분에 빠져들고 있었다. 이제 이 두 기의 마린이 상대 진영에 돌입하는 순간 도건은 챔피온이 된다. 적어도 도건은 그렇게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나 윤성의 SCV들이 한 일은 그 세가지 중 어느 것도 아니었다. 윤성은 5기의 SCV로 자원을 채취하며 다른 한 기의 SCV로 입구에 서플라이를 건설하기 시작한다. 도건의 마린은 이제 당분간 윤성의 진영에 들어갈 수 없게 된 것이다. 당황한 도건은 두 기의 마린으로 서플라이를 건설중인 SCV를 일점사해 기어이
잡아낸다. 그러나 서플라이는 이미 상당히 완성되었고, 마린으로 이것을 깨려면 시간이 제법 걸릴 것이다.
뒷마당쪽의 입구로 돌아가기에도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고, 곧 도건의 팩토리에선 벌처가 나올 것이다.
'실패인가...'
실패다. 도건의 벙커링이 실패했다. 무려 2개의 벙커를 완성하고도 도건의 벙커링은 실패한 것이다. 몇 개월 전의 어느날 꿈에서 메피스토를 만난 이후 처음으로 도건은 벙커링을 실패했다.
'역시 계약의 파기를 선언했으니 벙커링도 안된다는 건가...'
도건은 씁쓸한 기분을 느낀다. 하지만 희망을 잃은 것은 아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꽤 피해를 줬다. 마린 컨트롤을 하느라 테크가 너무 늦었지만 SCV의 숫자에서 내가 압도하고 있고, 윤성이는 어차피 SCV를 채우느라 한동안 나오지 못할것이다.'
'벙커링은 실패했지만 아직도 승산은 내게 있다.'
도건은 차라리 홀가분하다고 생각했다. 비록 벙커링을 통해 승리를 가져오려고 했었지만 조금은 찜찜한 것이 사실이었기에...
- Your Base is under Attack
그 때였다. 귀에 익은 오퍼레이터의 목소리와 함께 미니맵 상에 도건이 자신의 진영에 붉은 색이 나타나는 것을 발견한 것은.
'어...이건...뭐지?'
부랴부랴 F2를 누른 도건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벙커... 도건의 뒷마당 언덕에 어느새 벙커가 지어졌고 벙커안에는 어느새 마린이 들어가 도건의 SCV를 공격하고 있었다.
'당했다....'
윤성의 배럭은 정찰용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도건의 뒷마당에서 건설된 것이었다. 도건뿐 아니라 윤성도 벙커링을 시도한 것이다. 그것도 카운터 어택으로. 아마도 몰래벙커를 준비하던 중에 도건의 공격을 받고, SCV로 버티며 적당히 팩토리까지 올려 도건의 의심을 피하며 벙커링을 준비한 것이리라.
그리고 짜내고 또 짜낸 자원으로 4기의 마린이 완성된 후에야 벙커에 들어간 것이다. 도건의 SCV가 벙커에 대항할 생각을 할 수 없도록...
도건은 부랴부랴 SCV를 빼며 팩토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자원을 계속 캐면서도 마린을 컨트롤하느라 팩토리를 올리지도 못한 도건은 엄청난 자원을 쌓아놓고 있었다. 입구를 막은 서플라이로 인해 SCV는 본진에서 나갈 수도 없었고, 도건이 할 수 있는 일은 팩토리가 완성되기를 기다리는 것 뿐이었다.
도건은 SCV로 입구를 막은 자신의 서플을 두드리며 2기의 마린을 본진으로 회군시킨다. 그리고 띄웠던 배럭을 다시 내려 마린을 추가하며 본진 입구쪽에 벙커를 짓기 시작한다. 마린을 안으로 불러들여 팩토리에서 병력이 생산될 때까지 벙커로 버틸 생각이었다.
'그래도 쌓아놓은 자원이 많으니까...상대 또한 극도로 가난하니까... 아직 포기할 수는 없어.'
도건은 애써 희망적인 생각을 하며 부지런히 손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마침내 팩토리가 완성되었고 도건은 벌처 1기를 생산하며 다른 하나의 팩토리에는 탱크 생산을 위한 애드온을 단다. 어쨌든 뒷마당의 벙커는 치워야 하니까.
- 펑!
그 때였다. 윤성의 승리를 알리는, 도건을 절망으로 빠뜨리는 시즈탱크의 포격 소리가 들린 것은. 재빨리 SCV를 입구로 보낸 윤성은 도건의 벙커를 포격하는 1기의 시즈탱크와 그 주위를 호위하듯 둘러싼 4기의 벌처를 보게된다.
'그 새 많이도 생산했구나...'
체념을 준비하기 시작한 도건은 새삼 윤성의 자원활용능력에 감탄한다. 벌처 때문에 저 탱크를 SCV로 걷어내기도 어렵고 걷어낸다고 해도 추가 병력을 막기는 어렵다.
도건은 GG칠 자리를 찾는다는 마음으로 SCV와 마린, 그리고 막 생산된 벌처 한 기를 입구로 돌진시킨다. 그리고 윤성은 뒷마당 벙커 안의 마린을 빼서 도건의 뒤를 친다. 도건은 SCV의 맹활약으로 윤성의 병력을 다 잡아내지만, 단 3기의 SCV만 남게된다. 병력도 자원도 없는 상황. 지금이야말로 GG타이밍이다.
"아~ 최도건 선수 가진 것을 모두 쏟아부어 서윤성 선수의 병력을 저지하지만 남은 것은 SCV 세 기 뿐입니다! 단 세 기뿐!"
"허허허, 오늘 경기 진짜 재밌네요. 양 선수 엽기적인 전략으로 맞불을 놓아서 서윤성 선수가 잡아냈죠. 지금 GG만 안나왔다 뿐이지 이미 승부는 결정되었어요!"
"네, 최도건 선수. 아쉬워서 차마 G자에 손이 안가는거죠. 거의 잡은 게임이었거든요. 대관식이 직전에서 연기된 샘이죠..."
"아~ 최도건 선수 이제 희망이... 어?"
막 말을 이어나가던 전상민 캐스터의 입에서 갑자기 의아함을 표현하는 감탄사가 나온다. 화면에 클로즈업된 도건의 코에서 코피가 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뭐지...?'
도건은 막 G자로 손을 가져가는 순간, 현기증을 느낀다. 갑자기 눈앞이 깜깜한 것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호흡이 가빠지고 있었다. 도건은 순간적으로 비틀거리며 손을 입가로 가져간다.
'뭐지? 이 축축한건...피...?'
아련한 비린내를 느낀 도건은 자신의 코와 입에서 피가 흐르고 있음을 감지한다. 피의 양은 점점 많아졌고, 도건은 자신의 몸을 가눌 수 없음을 발견한다.
'뭐야...갑자기...'
'죽음...?'
죽음의 냄새. 그런 냄새가 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죽어본 사람이 없기 때문에. 하지만 이 순간 도건은 죽음의 냄새를 느낀다. 피비린내와는 조금 다른 칙칙하면서 어두운 냄새를.
'죽음....벙커링....메피스토....?'
도건은 자신이 벙커링을 당했음을 기억해냈고, 반사적으로 메피스토를 떠올린다.
- 하지만 우승하지 못한다면... 위약금을 물어야 할 것이다. 그것을 명심하도록...
위약금? 이것이 위약금인가? 위약금이란게 죽음? 메피스토가 말한 위약금이 나의 죽음인가...?
'하지만...하지만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어. 아직 4경기와 5경기가 남았단 말이야. 난 우승을 못한 것이 아냐! 3:0으로 우승해야 한다는 말은 없었잖아.'
서서히 침몰하듯 쓰러져가며 도건은 발작적으로 외쳤다. 그러나 입에서 음성은 나오지 않았고, 도건의 외침은 자신의 마음속에서 맴돌고 있었다.
- 계약자여... 이것은 위약금이 아닐세.
익숙한 목소리. 을씨년스럽게 울리는 마치 하수구 속에서 새어 나오는 듯한 이 목소리. 그리고 특유의 한 글자 한 글자 씹어 삼키는 듯한 말투. 그 목소리가 어디선가 흘러 나왔다.
'메피스토? 너... 어디냐?'
막 무너져가던 도건은 간신히 몸을 일으켜 정면을 응시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깜깜한 암흑이 서서히 걷히며 도건의 시야에 어느새 반대편의 타임머신에서 나와 멍하니 쓰러져가는 도건을 바라보고 있는 윤성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윤성의 뒤에 서 있는 사나이의 모습도.
- 위약금은 면제야. 대안이 생겼서든...후후후
'메피스토... 너... 왜 거기에...'
- 아... 자네가 계약을 파기한다기에... 새로운 계약자를 찾았지. 어떤가? 이 친구는 그대보다 더 훌륭해. 아마 그대를 능가하는 최고의 계약자가 될 것같아.
'하지만... 하지만 윤성은 네가 아니라도 충분히 강한데...'
- 후후후... 강함이라. 물론 이 친구는 그대보다 강하지. 아주 강한 친구야.
하지만 이 친구 또한 인간일세. 욕심과 이기심을 가진 인간. 그런 인간들과
계약을 맺는 것쯤이야 내게 어려울 것이 없지.
- 이 몸은 악마니까 말일세. 대악마 메피스토펠레스이니까...하하하하하
'너... 이....'
- 잘 가시게. 나의 과거의 제사장이자 현재의 제사장의 첫 제물이여.
지옥에서 보세나...
도건의 몸은 마치 구겨진 종잇장처럼 바닥에 쓰러졌다. 주감독과 게임 관계자들이 뛰어나와 타임머신을 열고 도건을 끌어냈다. 객석을 술렁이고 있었고, 윤성은 자리에 못박힌 듯 도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도건아, 도건아!! 정신차려! 정신차려 임마!"
주감독의 안타까운 외침이 밤하늘에 울려 펴진다. 하지만 도건에게는 그 외침이 들리지 않았다.
'윤성아... 안돼....'
"야 임마, 정신차려!! 정신차려 임마!! 결승전은 마저 해야 할 것 아냐! 니가 그토록 바라던 결승인데..'
주감독의 목이 메기 시작했다. 어느틈에 119가 도착했고 구급 요원들이 도건에게 달려온다.
'윤성아... 안돼... 그 자에게... 그런 자에게 의지하면... 후회만... 후회만 남을 뿐이야...'
'윤성아... 안.... 돼....'
격렬한 안타까움속에서 도건은 서서히 의식을 잃어갔다.
"도건아~~~ 도건아아아아아아~~~ !!!!!"
이제는 울음마저 섞인 주감독의 처절한 외침속에서, 응급요원들의 손에 실려나가는 도건의 몸은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2004.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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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크래프트와 관련된 모든 사이트들은 이미 실시간으로 시끄러워져 있었다. 만년 16강을 맴돌던 도건의 결승진출과 결승전에서 당대 최고의 테란인 서윤성을 1, 2경기에서 완전히 압도하며 승리한 것은 충분히 화제거리가 될만한 일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3경기가 시작된다. 도건이 게임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메이저대회 챔피온으로 등극하게 만들어줄 수도 있는 3경기가...
"1경기와 2경기... 예상을 뒤엎고 최도건 선수가 두 경기를 연달아 잡아내고, 우승의 문턱까지 와 있습니다. 이제 3경기, 최도건 선수의 굳히기냐 서윤성 선수의 반격이냐? 비프로스트3에서 벌어지는 SKT배 스타리그 3경기, 시작합니다."
'윤성이는 작은 틈이라도 칼날같이 파고 들어오는 녀석이다. 이 경기를 잡아서 조그만 틈도 주지 않는다. 챔피온이 되기 위해 살인까지 불사한 나다. 절대로... 절대로 패하진 않아!!'
'게임을 져도 좋다. 절대로... 절대로 앞선 두 경기처럼 상대의 흐름에 이끌려 다니지 않겠다. 나는 서윤성이다. 게임을 지배하는 사람이지, 게임에 지배당하는 사람이 아니다!'
서로 다른 생각들의 교차점에서 게임이 시작되었다. 도건의 위치는 7시였고, 자연스럽게 윤성의 위치는 1시였다. 도건은 천천히 일꾼들을 생산하여 어떤 빌드로 게임을 진행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원래 도건이 준비해온 것은 빠르게 뒷마당을 가져간 후 풍부한 미네랄을 바탕으로 다수 벌쳐를 운영, 상대를 압박하며 차분히 가스를 모아 한 번에 다수의 탱크를 생한 멀티를 확보하는 전략이었다. 사실 가스가 소모되지 않는 벌처와 같은 유닛으로 초반 상대의 가스가 소비되는 유닛 - 탱크나 드라군 같은 - 과 맞바꿔주면서 축적된 가스를 바탕으로 한 번에 다수의 탱크를 생산, 몰아치는 플레이는 도건보다는 윤성이 자주 보여주는 메카닉 운영법이다. 도건은 비프로스트에서의 게임을 준비하면서 '상대의 작전으로 상대를 공략하는' 빌드를 만들어온 것이다.
'하지만....'
그러나 막상 게임을 시작하고 도건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만에 하나 윤성이가 똑같은 운영방법을 준비해왔다면...'
'그렇다면 이와 같은 운영을 벌써 수십, 수백번 경험했을 윤성을 상대로 이길 수 있을까?'
기본적으로 도건은 벌처의 컨트롤에는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의 스타크래프트 경향은 좀처럼 컨트롤로 승부가 갈리지는 않는 편이다. 이미 프로게이머들의 컨트롤은 '더 나아질 수 없는' 수준에 가깝게 성장했고 컨트롤 자체에만 집중했을 때 컨트롤 능력은 대동소이했다. 결국 매크로 매니지먼트라고 할 게임의 운영과 멀티태스킹 능력에 의해 승부가 갈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와 같은 측면에서 도건은 자신이 윤성보다 나을 것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다.
'앞선 두 경기에서 내가 윤성이를 압도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전략적 운영이란 면에서 윤성이를 앞섰기 때문이다.'
'유닛의 가위바위보 싸움이나 타이밍적인 측면, 그리고 상대가 예측하기 힘든 운영을 가져가는 부분. 그것이 내가 윤성이를 잡을 수 있는 키 포인트이다.'
그랬다. 1경기에서 도건이 윤성을 잡아냈던 것은 도건의 초반 운영이 벌처 중심이라는 예측을 하게 만든 후 빠르게 탱크로 진행했기 때문이었고, 2경기에서는 윤성이 생각할 수 없는 타이밍에 몰래 멀티를 가져간 것이 도건을 승리로 이끌어 주었다.
'그렇다면 이 게임에서는...?'
사실 이 맵에서 초반 벌처 이후 탱크로 진행하면서 멀티를 추가해간다는 전략은 누구나 쉽게 예측할 수 있는 범주에 들어간다. 그리고 예측가능한 전략적 범주에서 윤성을 잡아낼 수 있는 프로게이머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윤성이 생각지 못하는 카드를 준비해야 한다. 윤성이 생각지 못하는 카드를...'
'이왕이면 1, 2경기를 내준 여파가 남아있는 초반에 확실한 이득을 챙길 수 있는 카드로...'
1경기와 2경기는 철저히 도건이 준비해온대로 경기가 진행되었고, 그 철저한 준비의 영향으로 전략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준비해온 카드는 버렸다. 이젠 즉석에서 써먹을 카드를 내밀어야 한다. 그것도 상대의 예측범위를 벗어나며 초반에 승기를 잡을 수 있는 전략을...
'있다. 내가 아주 익숙하면서, 상대의 예측범위를 벗어날 수 있는, 그리고 초반에 승리를 결정지을 수 있는 전략이... 한 번도 이 맵에서 테란을 상대로 연습해보지 않았지만, 내가 누구보다 잘할 수 있는 전략이!!'
'하지만......'
짧은 고민. 아주 짧은 고민에 빠졌던 도건은 재빨리 2기의 SCV를 상대 진영으로 보낸다. 아직 정찰 나가기도 이른 타이밍, 그 타이밍에 2기의 SCV를 전진시킨다는 것이 의미할 수 있는 전략은 하나뿐이다.
'괜찮을 거야...'
도건은 메피스토에게 이미 계약파기를 선언했고, 메피스토는 도건의 우승을 전제로 계약파기를 수용한다고 말했다. 이 게임을 도건이 잡는다면 도건의 우승과 함께 계약은 파기된다. 따라서 윤성이 도건의 벙커링으로 인해 패배한다고 해도, 이미 계약은 파기되었기에 윤성에게는 해가 미치지 않는다. 게다가 윤성은 저그도 아니다.
냉정하게 전후상황을 분석하며 도건은 전략을 결정짓는다. 이른바 9, 9배럭이라고 하는 BBS벙커링. 그것이 도건의 선택이었다.
도건이 선택한 배럭의 위치는 윤성의 입구에서 약간 아래쪽으로 내려와 오른쪽 끝에 바싹 붙은 자리이다. 이 위치는 윤성의 정찰 SCV가 도건의 진영으로 올 때 시야에 들어오지 않음은 물론, 윤성이 전진 건물을 의식해 5시쪽의 멀티로 정찰 SCV를 보낸다고 해도 발견하지 못하는 위치이다. 이미 많은 선수들이 이 맵에서
뒷마당 입구쪽으로의 전진배럭 후 벙커링, 두 스타팅 포인트의 세로 방향에 위치한 멀티쪽의 전진 건물을 이용한 질럿, 또는 마린러쉬 등을 시도한 바 있기에 도건이 택한 위치이다. 그야말로 등하불명의 위치라 할 만하다.
도건의 첫번째 배럭이 3/4정도 완성되었을 때 도건은 SCV한 기를 입구로 보내 서플라이 디포우를 건설, 자신의 입구를 봉쇄한다. 윤성의 정찰 SCV가 도건의 본진을 보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 물론 SCV가 뒤쪽 입구로 돌아 들어오거나 배럭을 날려 정찰을 한다면 도건의 본진을 보게 되겠지만, 그 때즘에는 이미 윤성의 진영에 도건의 마린들이 난입해 있을 것이다!
첫번째, 두번째 배럭이 차례로 완성되고 도건은 마린을 모으며 상대 진영으로 SCV를 보내 상대 진영을 정찰한다. 상대 진영에서는 팩토리 한 기가 올라가고 있었고 배럭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정찰 배럭을 날렸군. 예상대로다!!'
도건의 예측대로 도건의 병력이 난입할 때 윤성의 진영에 있을만한 것은 SCV 뿐이다. 그렇다면 승부는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도건은 마린 4기가 모였을 때 4마린, 2SCV로 상대 진영을 향해 진격한다. 곧이어 윤성의 SCV다수와 도건의 4마린 2SCV사이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기 시작한다.
윤성의 SCV컨트롤은 과연 절묘했다. 하지만 마린은 레인지 유닛. 도건은 마린 4개를 때로는 같이 때로는 따로 움직이며 SCV에 둘러싸이지 않도록 절묘하게 컨트롤한다. 그리고 그 틈바구니 속에서 도건은 SCV 한 기를 윤성의 뒷마당 언덕으로 보내서 벙커를 짓는다. 윤성도 도건의 SCV가 뒷마당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았지만, 도건의 절묘한 마린 컨트롤과 또 다른 한 기의 SCV가 본진 안쪽에서 벙커를 짓다가 중지하고, 또 짓다가 중지하는 컨트롤을 보이는 통해 뒷마당까지 SCV를 보내지는 못한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잠시면 뒷마당쪽의 벙커는 완성된다. 벙커가 완성되거 거기에 마린이 들어가기만 하면, 그렇게만 된다면 게임은 끝이다! 도건의 신체에서 아드레날린이 격렬하게 분비되기 시작했고, 그에 비례해 도건의 컨트롤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진다.
윤성은 멋진 SCV컨트롤로 도건의 마린을 하나씩 하나씩 잡아내고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윤성의 SCV도 점점 줄어들고 있었고 전진배럭에서 마린은 충원되고 있었다. 도건의 마린 컨트롤은 정말 대단했다.
'이 위기만 넘기면...'
윤성은 생각했다. 그리고 입술을 꼭 깨물고 컨트롤에 집중한다. 카운터 펀치를 날릴 타이밍을 기다리며.
막 뒷마당의 벙커가 완성되었을 때, 윤성의 본진에 도건의 마린은 한 기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러나 윤성의 SCV 또한 이제 6개 밖에 남지 않은 상황. 그리고 어느새 도건의 또 한기의 SCV는 윤성의 본진에 아래쪽에도 벙커를 짓고 있었다.
도건은 전진배럭에서 막 생산된 병력을 상대 진영으로 보내며 승리를 확신한다. 6기의 SCV로는 두 개의 벙커를 다 막을 수는 없다. 윤성이 앞마당의 벙커를 저지한다면 뒷마당의 벙커로 마린을 보내면 되고, 뒷마당의 벙커를 저지하려 한다면 앞마당의 벙커로 마린을 보내면 된다. 만약 SCV로 입구를 막는다면 자원을 모을 수 없을테니 마린으로 SCV를 하나씩 공격해주며 본진에서 천천히 팩토리를 올리면 된다.
비록 윤성의 본진 팩토리가 거의 완성되었지만, 어차피 자원이 없으니까... 도건은 흥분에 빠져들고 있었다. 이제 이 두 기의 마린이 상대 진영에 돌입하는 순간 도건은 챔피온이 된다. 적어도 도건은 그렇게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나 윤성의 SCV들이 한 일은 그 세가지 중 어느 것도 아니었다. 윤성은 5기의 SCV로 자원을 채취하며 다른 한 기의 SCV로 입구에 서플라이를 건설하기 시작한다. 도건의 마린은 이제 당분간 윤성의 진영에 들어갈 수 없게 된 것이다. 당황한 도건은 두 기의 마린으로 서플라이를 건설중인 SCV를 일점사해 기어이
잡아낸다. 그러나 서플라이는 이미 상당히 완성되었고, 마린으로 이것을 깨려면 시간이 제법 걸릴 것이다.
뒷마당쪽의 입구로 돌아가기에도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고, 곧 도건의 팩토리에선 벌처가 나올 것이다.
'실패인가...'
실패다. 도건의 벙커링이 실패했다. 무려 2개의 벙커를 완성하고도 도건의 벙커링은 실패한 것이다. 몇 개월 전의 어느날 꿈에서 메피스토를 만난 이후 처음으로 도건은 벙커링을 실패했다.
'역시 계약의 파기를 선언했으니 벙커링도 안된다는 건가...'
도건은 씁쓸한 기분을 느낀다. 하지만 희망을 잃은 것은 아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꽤 피해를 줬다. 마린 컨트롤을 하느라 테크가 너무 늦었지만 SCV의 숫자에서 내가 압도하고 있고, 윤성이는 어차피 SCV를 채우느라 한동안 나오지 못할것이다.'
'벙커링은 실패했지만 아직도 승산은 내게 있다.'
도건은 차라리 홀가분하다고 생각했다. 비록 벙커링을 통해 승리를 가져오려고 했었지만 조금은 찜찜한 것이 사실이었기에...
- Your Base is under Attack
그 때였다. 귀에 익은 오퍼레이터의 목소리와 함께 미니맵 상에 도건이 자신의 진영에 붉은 색이 나타나는 것을 발견한 것은.
'어...이건...뭐지?'
부랴부랴 F2를 누른 도건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벙커... 도건의 뒷마당 언덕에 어느새 벙커가 지어졌고 벙커안에는 어느새 마린이 들어가 도건의 SCV를 공격하고 있었다.
'당했다....'
윤성의 배럭은 정찰용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도건의 뒷마당에서 건설된 것이었다. 도건뿐 아니라 윤성도 벙커링을 시도한 것이다. 그것도 카운터 어택으로. 아마도 몰래벙커를 준비하던 중에 도건의 공격을 받고, SCV로 버티며 적당히 팩토리까지 올려 도건의 의심을 피하며 벙커링을 준비한 것이리라.
그리고 짜내고 또 짜낸 자원으로 4기의 마린이 완성된 후에야 벙커에 들어간 것이다. 도건의 SCV가 벙커에 대항할 생각을 할 수 없도록...
도건은 부랴부랴 SCV를 빼며 팩토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자원을 계속 캐면서도 마린을 컨트롤하느라 팩토리를 올리지도 못한 도건은 엄청난 자원을 쌓아놓고 있었다. 입구를 막은 서플라이로 인해 SCV는 본진에서 나갈 수도 없었고, 도건이 할 수 있는 일은 팩토리가 완성되기를 기다리는 것 뿐이었다.
도건은 SCV로 입구를 막은 자신의 서플을 두드리며 2기의 마린을 본진으로 회군시킨다. 그리고 띄웠던 배럭을 다시 내려 마린을 추가하며 본진 입구쪽에 벙커를 짓기 시작한다. 마린을 안으로 불러들여 팩토리에서 병력이 생산될 때까지 벙커로 버틸 생각이었다.
'그래도 쌓아놓은 자원이 많으니까...상대 또한 극도로 가난하니까... 아직 포기할 수는 없어.'
도건은 애써 희망적인 생각을 하며 부지런히 손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마침내 팩토리가 완성되었고 도건은 벌처 1기를 생산하며 다른 하나의 팩토리에는 탱크 생산을 위한 애드온을 단다. 어쨌든 뒷마당의 벙커는 치워야 하니까.
- 펑!
그 때였다. 윤성의 승리를 알리는, 도건을 절망으로 빠뜨리는 시즈탱크의 포격 소리가 들린 것은. 재빨리 SCV를 입구로 보낸 윤성은 도건의 벙커를 포격하는 1기의 시즈탱크와 그 주위를 호위하듯 둘러싼 4기의 벌처를 보게된다.
'그 새 많이도 생산했구나...'
체념을 준비하기 시작한 도건은 새삼 윤성의 자원활용능력에 감탄한다. 벌처 때문에 저 탱크를 SCV로 걷어내기도 어렵고 걷어낸다고 해도 추가 병력을 막기는 어렵다.
도건은 GG칠 자리를 찾는다는 마음으로 SCV와 마린, 그리고 막 생산된 벌처 한 기를 입구로 돌진시킨다. 그리고 윤성은 뒷마당 벙커 안의 마린을 빼서 도건의 뒤를 친다. 도건은 SCV의 맹활약으로 윤성의 병력을 다 잡아내지만, 단 3기의 SCV만 남게된다. 병력도 자원도 없는 상황. 지금이야말로 GG타이밍이다.
"아~ 최도건 선수 가진 것을 모두 쏟아부어 서윤성 선수의 병력을 저지하지만 남은 것은 SCV 세 기 뿐입니다! 단 세 기뿐!"
"허허허, 오늘 경기 진짜 재밌네요. 양 선수 엽기적인 전략으로 맞불을 놓아서 서윤성 선수가 잡아냈죠. 지금 GG만 안나왔다 뿐이지 이미 승부는 결정되었어요!"
"네, 최도건 선수. 아쉬워서 차마 G자에 손이 안가는거죠. 거의 잡은 게임이었거든요. 대관식이 직전에서 연기된 샘이죠..."
"아~ 최도건 선수 이제 희망이... 어?"
막 말을 이어나가던 전상민 캐스터의 입에서 갑자기 의아함을 표현하는 감탄사가 나온다. 화면에 클로즈업된 도건의 코에서 코피가 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뭐지...?'
도건은 막 G자로 손을 가져가는 순간, 현기증을 느낀다. 갑자기 눈앞이 깜깜한 것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호흡이 가빠지고 있었다. 도건은 순간적으로 비틀거리며 손을 입가로 가져간다.
'뭐지? 이 축축한건...피...?'
아련한 비린내를 느낀 도건은 자신의 코와 입에서 피가 흐르고 있음을 감지한다. 피의 양은 점점 많아졌고, 도건은 자신의 몸을 가눌 수 없음을 발견한다.
'뭐야...갑자기...'
'죽음...?'
죽음의 냄새. 그런 냄새가 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죽어본 사람이 없기 때문에. 하지만 이 순간 도건은 죽음의 냄새를 느낀다. 피비린내와는 조금 다른 칙칙하면서 어두운 냄새를.
'죽음....벙커링....메피스토....?'
도건은 자신이 벙커링을 당했음을 기억해냈고, 반사적으로 메피스토를 떠올린다.
- 하지만 우승하지 못한다면... 위약금을 물어야 할 것이다. 그것을 명심하도록...
위약금? 이것이 위약금인가? 위약금이란게 죽음? 메피스토가 말한 위약금이 나의 죽음인가...?
'하지만...하지만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어. 아직 4경기와 5경기가 남았단 말이야. 난 우승을 못한 것이 아냐! 3:0으로 우승해야 한다는 말은 없었잖아.'
서서히 침몰하듯 쓰러져가며 도건은 발작적으로 외쳤다. 그러나 입에서 음성은 나오지 않았고, 도건의 외침은 자신의 마음속에서 맴돌고 있었다.
- 계약자여... 이것은 위약금이 아닐세.
익숙한 목소리. 을씨년스럽게 울리는 마치 하수구 속에서 새어 나오는 듯한 이 목소리. 그리고 특유의 한 글자 한 글자 씹어 삼키는 듯한 말투. 그 목소리가 어디선가 흘러 나왔다.
'메피스토? 너... 어디냐?'
막 무너져가던 도건은 간신히 몸을 일으켜 정면을 응시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깜깜한 암흑이 서서히 걷히며 도건의 시야에 어느새 반대편의 타임머신에서 나와 멍하니 쓰러져가는 도건을 바라보고 있는 윤성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윤성의 뒤에 서 있는 사나이의 모습도.
- 위약금은 면제야. 대안이 생겼서든...후후후
'메피스토... 너... 왜 거기에...'
- 아... 자네가 계약을 파기한다기에... 새로운 계약자를 찾았지. 어떤가? 이 친구는 그대보다 더 훌륭해. 아마 그대를 능가하는 최고의 계약자가 될 것같아.
'하지만... 하지만 윤성은 네가 아니라도 충분히 강한데...'
- 후후후... 강함이라. 물론 이 친구는 그대보다 강하지. 아주 강한 친구야.
하지만 이 친구 또한 인간일세. 욕심과 이기심을 가진 인간. 그런 인간들과
계약을 맺는 것쯤이야 내게 어려울 것이 없지.
- 이 몸은 악마니까 말일세. 대악마 메피스토펠레스이니까...하하하하하
'너... 이....'
- 잘 가시게. 나의 과거의 제사장이자 현재의 제사장의 첫 제물이여.
지옥에서 보세나...
도건의 몸은 마치 구겨진 종잇장처럼 바닥에 쓰러졌다. 주감독과 게임 관계자들이 뛰어나와 타임머신을 열고 도건을 끌어냈다. 객석을 술렁이고 있었고, 윤성은 자리에 못박힌 듯 도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도건아, 도건아!! 정신차려! 정신차려 임마!"
주감독의 안타까운 외침이 밤하늘에 울려 펴진다. 하지만 도건에게는 그 외침이 들리지 않았다.
'윤성아... 안돼....'
"야 임마, 정신차려!! 정신차려 임마!! 결승전은 마저 해야 할 것 아냐! 니가 그토록 바라던 결승인데..'
주감독의 목이 메기 시작했다. 어느틈에 119가 도착했고 구급 요원들이 도건에게 달려온다.
'윤성아... 안돼... 그 자에게... 그런 자에게 의지하면... 후회만... 후회만 남을 뿐이야...'
'윤성아... 안.... 돼....'
격렬한 안타까움속에서 도건은 서서히 의식을 잃어갔다.
"도건아~~~ 도건아아아아아아~~~ !!!!!"
이제는 울음마저 섞인 주감독의 처절한 외침속에서, 응급요원들의 손에 실려나가는 도건의 몸은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2004.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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