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날부터였다. 도건의 표정과 태도가 달라진 것은. 주감독으로부터 결승전 일정을 듣고난 도건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 마치 미친 사람처럼 연습에 매달리기 시작했고, 여전히 말은 없었지만 밥도 잘 먹고 팀원들과 전략에 관한 토의도 조금씩 해나가기 시작했다.
주감독 이하 팀원들은 때마침 결승전 일정이 결정된 것이 도건의 투지에 불을 붙여 도건이 달라졌다고 생각했다. 진실이야 어떻든 다시금 승부에 불타오르는 도건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을 기쁘게 하고 있었다.
내 일찍이 이토록 열심히 살았던들 악마따위는 필요로 하지 않았을 것이다.
도건은 요 근래 그런 생각을 하며 연습에 매진하고 있었다. 오로지 게임, 게임에만 집중했고 게임을 하지 않는 시간에는 전략에 관한 토론을 하거나 윤성의 리플레이와 VOD를 분석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 결승전까지 앞으로 10일 남짓. 도건은 그 10일 동안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는 각오고 연습에 임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두 명의 최고의 테란이 맞붙는, 그리고 다른 한 편으로는 인간과 악마가 맞붙는 결승전의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전파의 자부심이 다른 SKT! SKT배 스타리그 결승전이 열리는 이곳은 상암 월드컵 경기장입니다."
오랫만에 모습을 드러낸 전상민 캐스터가 언제나처럼 힘찬 목소리로 결승전의 시작을 알린다. 벌써 결승전 행사가 시작된지는 4시간이 지났다. 그 시간동안 추모제와 축하공연, 그리고 리그 리뷰를 통해 결승전의 분위기는 이미 한껏 달아오르고 있었다. 두 달 가까운 리그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상암 경기장은 e스포츠 최고의 게임을 보기 위한 관객들로 가득차 있었다.
"자, 드디어 오랜 기다림을 뚫고 결승전이 벌어지게 되는데요, 먼저 결승전을 치룰 맵 순서부터 알아보겠습니다."
※ SKT배 스타리그 결승전 맵 순서
- 최도건 vs 서윤성
제1경기 : 백두대간
제2경기 : 남자이야기2
제3경기 : 비프로스트3
제4경기 : 네오 버티고2
제5경기 : 백두대간
"자, 엄위원님, 김위원님, 오늘 경기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음... 뭐 일단 같은 종족간의 대진이라는 점에서 맵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아주 크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두 선수의 스타일을 보자면 서윤성 선수는 힘과 물량을, 그리고 최도건 선수는 기동성과 적절한 운영을 중시하는 타입이구요... 따라서 오늘 경기는 힘과 스피드의 대결이라고 요약해볼 수 있겠네요. 오늘 경기를 앞두고 두 선수의 상대전적을 분석해 봤는데 엠게임넷 전적은 3:2로 서윤성 선수가 한 게임을 앞서고 있지만 모든 공식전 전적을 다 따져보면 7:6으로 오히려 최도건 선수가 미세하게 앞서고 있거든요. 따라서 오늘 승부 정말 예측하기 힘듭니다."
"아.. 역시 예측이 힘들다는 말씀이네요. 자, 김위원님 오늘 경기 어떻게 보십니까?"
"모르죠. 예측하기 참 힘든 경기거든요. 전체적인 성적에서 그동안 서윤성 선수가 뭐 거의 최강의 게이머로 군림해온 반면에 최도건 선수는 고질적인 저그전 약세로 사실 성적을 그리 좋지 않았거든요. 따라서 큰 경기 경험이 많은 서윤성 선수 쪽이 조금은 우세해 보이는게 사실입니다. 다만 최도건 선수로서는 게이머 생활에서 최초로 결승에 오른 것이니만큼 각오가 남다르겠죠."
언제나처럼 해설자들의 경기예상이 이어지는 동안, 두 시즌만에 타임머신에 들어온 윤성은 가만히 맞은편의 도건을 바라보고 있었다. 게이머로서 대단히 화려한 시간을 보내온 윤성에게 있어서 가장 어려운 상대를 꼽으라면 윤성은 늘 도건을 떠올렸다. 비록 상대전적은 막상막하였지만 윤성은 도건과 게임을 할 때마다 자신이 조금은 밀리는 듯한 느낌을 받곤 했다. 사람들은 윤성에게 있어서 최고의 라이벌로 이미 죽은 진락을 꼽았지만, 윤성 개인에게는 사실 도건이 더 꺼림칙한 상대였다. 만약 도건의 저그전이 그토록 부진하지 않았다면 윤성이 지금같은 성적을 내는 것이 조금은 더 어려웠으리라...
'그런 도건형과 드디어 결승에서 마주쳤군...'
윤성은 도건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장 결승에서 만나고 싶었던 상대. 그리고 가장 결승에서 만나고 싶지 않은 상대. 윤성에게 그것은 조진락도 강정욱도 아닌 바로 최도건이었다.
'하지만... 예전의 나라면 몰라도 지금의 난 두렵지 않아. 반드시 도건형을 잡고 최고의 테란이 된다.'
오늘 경기맵 중 남자이야기와 네오 버티고는 전형적인 힘싸움형 맵으로 윤성이 자신있어하는 맵들이었다. 반면에 백두대간이나 비프로스트는 기동성을 중시하는 타입인 도건에게 조금은 더 유리하다는게 윤성 자신의 판단이었다.
그렇게 본다면 1경기와 5경기를 백두대간에서 벌인다는 사실은 윤성에게 조금은 더 부담스러웠다.
'괜찮아... 준비해온 필살기가 있으니까. 적어도 백두대간 두 경기와 비프로스트 한 경기의 세 경기중 하나는 분명 잡을 수 있을거야..."
전의와 자신감을 다지며, 윤성이 게임에 조인한다.
- 5, 4, 3, 2, 1....
"경기 시작했습니다. 백두대간 맵에서 벌어지는 테란대 테란전. 최도건 선수의 스타팅 포인트는 11시 붉은색 테란, 그리고 서윤성 선수의 본진은 5시에 있습니다. 녹색 테란."
"아, 양 선수의 진영이 대각선으로 멀게 나왔네요. 이렇게 된다면 스피드와 기동성의 플레이를 하는 최도건 선수 쪽보다는 아무래도 러쉬거리가 멀다는 면에서 서윤성 선주쪽이 경기하기가 편하겠죠."
"일반적으로 백두대간에서의 테란대 테란전은 본진 입구, 앞마당 뒷편에 있는 언덕의 공략이 중요시되는 경향이 있죠. 다시 말해서..."
해설진들의 경기분석이 이어지는 사이 도건은 게임운영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윤성이는 명실공히 사상최강의 테란이다...'
'따라서 윤성이가 자신의 뜻대로 플레이하게 놔두어서는 절대로 게임을 이길 수 없다. 언제나 윤성이보다 한 발 앞서서 나가야 한다.'
많은 게이머들이 그렇겠지만 도건은 테테전의 핵심은 두가지라고 생각했다. 하나는 가스, 다른 하나는 유닛간의 상성. 즉, 상대보다 가스를 많이 확보하면서 탱크>골리앗>레이스>탱크, 그리고 변수가 될 수 있는 유닛인 벌쳐.
이 네가지 유닛을 활용함에 있어서 항상 상대보다 한 발 앞서서 상성상 우위에 있는 유닛을 활용할 수 있다면 체제의 전환시마다 조금씩 조금씩 이득을 쌓아 나갈 수 있다는 것이 도건의 생각이었다.
물론 근자에 이르러 이른바 '닥치고 물량뽑아 어택땅'류의 물량테란이 득세를 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도건의 생각으로는 기본적으로 그와 같은 플레이는 해당 플레이 이전에 상대보다 가스를 많이 확보했기 때문이고, 이는 도건이 중요시하는 유닛간 상성에 따른 이득이나 게릴라, 혹은 먼저 멀티를 하고 위치선정으로 물량의 부족을 상쇄하는 등의 플레이가 전제되었을 때 가능하다. 즉, 물량테란이 마치 새로운 경향처럼 보여도 큰 범주에서 볼 때는 이전의 테테전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게 도건의 생각이다.
'조금의 틈만 줘도 윤성은 엄청난 물량을 만들어낼 수 있는 녀석이다. 나로서는 따라갈 수 없는 왼손을 가지고 있으니까...'
'따라서 유닛의 상성에서 항상 한 발 앞서나가야 한다. 윤성이가 나의 체제변환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체제를 맞춰나가야만 하도록... 그렇게 플레이하면 매번 체체가 바뀔 때마다 미세한 이득을 쌓을 수 있고 윤성이의 물량이 폭발할 틈도 없이 승리를 가져갈 수 있다.'
이를 위해 도건이 선택한 첫번째 카드는 벌쳐였다. 그것도 애드온도 달지 않은 상태에서 튀어나오는 빠른 벌쳐.
1기의 마린과 SCV로 상대의 1차 정찰을 저지한 도건은 두팩에서 벌쳐를 모으기 시작한다. 애드온을 달지 않은 것은 두 가지를 의미한다. 첫째로 일반적으로 상대가 생각할 수 있는 벌쳐 타이밍보다 더 빠르게 벌쳐가 나온다는 것. 둘째로 벌처에 투자한 비용이 적기 때문에 - 벌처의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으니까 - 보다 자유롭게 체제를 바꿔갈 수 있다는 점.
마침 정찰 SCV가 알려온 상대의 체제는 투팩에서 하나의 팩토리에만 애드온을 달고 바로 골리앗을 준비하고 있다. 대각선이기 때문에 굳이 벌처가 필요없다는 것이 윤성의 생각이다. 도건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상대 진영으로 4벌처를 출발시킨다. 못해도 SCV 몇 개는 잡을 수 있으리라...
막 생산된 탱크 1기를 입구로 보내며 윤성은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꼈다. 상대진영을 정찰하지 못했기에 느끼는 불안감. 하지만 어차피 지금 타이밍에 공격을 온다고 해도 벌쳐 1~2기에 불과하다.
'응? 이건?'
윤성이 확인한 것은 바로 벌처. 그것도 4기의 벌처다. 윤성이 지금 가진 병력은 고작 탱크 1기. 이 병력으로는 벌처의 SCV사냥을 제대로 막을 수 없다.
느끼는 순간 반응한다. 초고수 레벨이라는 이야기를 듣기 위한 조건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반응속도가 그 중에 하나임은 틀림없다. 위기감을 느끼는 바로 그 순간에 윤성은 놀라운 게임센스를 발휘해 본진으로 들어오는 오목한 지형에 서플라이와 SCV를 건설해 벌처의 난입을 막아낸다. 도건의 벌처는 엔지니어링 베이를 짓은 SCV 한 기를 잡아내는 성과만을 거둔채 입구를 하릴없이 배회하다가 물러선다.
'좋아...'
일단 첫번째 벌처를 막아냈기에 윤성은 자신이 유리해졌다는 판단을 한다. 상대는 벌처를 4기나 뽑았으니 적어도 마인업 정도는 했을 것이고, 거기에 투자된 자원은 만만치 않다. 반면 윤성은 1탱크와 3골리앗을 보유했으니 몇 개의 마인 정도는 장애가 되지 않는다.
지금의 유리함을 멀티로 환산한다. 그것이 윤성의 생각이었다. 앞마당을 먼저 가져가며 탱크와 골리앗으로 한 차례 더 수비한다면 기회는 자신에게 있다. 골리앗으로 상대의 정찰배럭을 잡아내고, 2탱크 3골리앗을 SCV 1기와 함께 앞마당으로 보내며 윤성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윤성의 미소는 오래가지 않았다. 앞마당으로 보낸 병력이 시즈탱크의 포격을 받고 있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어느새 도건은 2탱크와 4벌처로 자신의 앞마당 위쪽 언덕을 장악하고 있다. 윤성은 앞마당으로 보낸 병력을 헛되이 소비했고, 멀티 또한 늦어졌다.
'제기랄...'
앞마당 언덕의 병력이 그리 많은 것은 아니고 걷어내는데 문제는 없다. 그러나 문제는 멀티가 늦어졌다는 것. 분명 지금쯤 도건은 앞마당에 멀티를 건설하고 있을 것이고, 윤성이 앞마당 언덕의 병력을 걷어내고 앞마당 건설을 준비할 쯤이면 이미 앞마당이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으리라....
'무언가 전기가 필요하다. 무언가 불리함을 뒤엎을 카드가 필요해...'
윤성이 이런 고민에 빠져있을 때 도건은 윤성의 예상대로 앞마당에 커맨드 센터를 짓고 있었다.
'좋아... 일단 미세한 이득을 가져왔다.'
윤성이 건물로 입구를 막으며 벌처를 수비한 것은 도건의 예상을 앞지르는 센스였지만, 이후의 진행은 도건의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아무리 윤성이라도 그 타이밍에 시즈탱크를 언덕위로 올렸을 거라 예상치는 못했으리라.
앞마당에 커맨드 센터를 건설하며 도건은 다시 한 번 병력을 모은다. 이미 윤성은 도건의 언덕장악 병력을 제거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피해를 봤으며, 도건이 확인하기로는 시즈탱크 3기 정도로 앞마당을 수비하며 멀티에 커맨드센터를 짓고 있다.
'한 번만 더 피해를 주자.'
골리앗+탱크+SCV로 구성된 병력을 준비하여 도건은 생각한다. 상대의 앞마당을 한 타이밍만 더 늦춘다면 승리는 더욱 확실해진다. 도건은 탱크3기 골리앗3기 SCV4기를 모아 상대 앞마당으로 공격을 보낸다. 그러나 윤성의 앞마당에서 벌어진 교전의 결과는 도건의 예상과 달랐다. 윤성은 상대의 탱크를 1기까지 줄이는데 성공했고 자신은 3기의 탱크가 남았지만, 더이상 무리하지 않고 후퇴했다. 이 정도면 교전에서 큰 손해를 본게 아니지만 곧 병력이 추가될 상대의 앞마당에서 무리를 하다가 탱크 3기마저 잃게되면 애써 쌓은 이득을 고스란히 반납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 두 명의 위대한 테란 플레이어는 각자의 앞마당을 가져가며 병력을 모으기 시작한다. 이렇게 진행된다면 초조한 쪽은 윤성. 윤성은 자신이 손해를 본 것을 알고 있기에 무언가 해야한다는 강박증에 시달리기 시작한다.
'지금 싸우면 이길 수 없다. 어쩌면 질 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건...'
이 상황에서 윤성이 할 수 있는건 두 가지다. 조이기, 혹은 멀티. 다행히 정찰용 엔지니어링 베이를 통해 상대가 아직 센터에 병력을 진출시키지 않는 것을 확인한 윤성은 6기의 탱크와 3개의 SCV를 상대 앞마당 쪽으로 보낸다. 상대 병력이 진출하기 전에 상대의 앞마당을 조이고 멀티를 1개 더 가져간다는 것이 윤성의
계산이었다.
그러나 여기서 윤성은 또 한번의 실수를 저지른다. 상대 언덕을 계산에 넣지 않은 것. 상대 앞마당 아래쪽에 내려와있는 병력만을 계산에 넣고 상대진영으로 접근하던 윤성은 도건의 언덕위 탱크의 포격으로 오히려 병력의 손실을 본다. 간신히 상황을 수습했을 때 윤성에게 남은 것은 단 2기의 탱크. 차이는 더 벌어지고
말았다.
'제기랄....'
윤성은 될 데로 되라는 심정으로 2시 스타팅에 몰래 멀티를 시작한다. 혹시 운이 좋아서 상대가 늦게 발견한다면 경기를 뒤엎는 변수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다. 어느새 윤성으로서는 운에 기대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게임은 기울고 있었다.
도건은 자신이 상당히 유리해졌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도건은 상대가 서윤성이라는 것을 다시금 되새긴다. 윤성이 최고의 테란으로 불리기까지 만들어낸 불가사의한 역전승이 몇 번이었던가!
윤성은 승리를 확고히 굳힐 방법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상대가 병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2시에 멀티를 하고 있음을 스캔하는 순간 도건은 고민에 빠진다.
'윤성은 이대로는 승리할 수 없다고 보고 승부수로 2시에 몰래 멀티를 하고 있다.'
'따라서 2시 멀티를 저지하면 확실히 승리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 또한 지금 2시 멀티를 저지하는 것은 어린아이 손목 비트는 격이다.'
어느새 도건은 1부대 반 가량의 탱크와 1부대 정도의 골리앗을 확보했다. 확실히 2시를 미는 것은 간단하다.
'하지만 2시를 민다고 완전한 승리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 2시에 투입된 자원은 커맨드센터 1대 정도이기에...'
'만약 2시를 무시하고 앞마당을 밀어버린다면, 그렇다면 승리는 결정적이다.'
하지만 윤성의 앞마당에는 8기의 탱크가 자리를 잡고 있다. 따라서 앞마당을 미는 것은 자칫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
잠시 고민하던 도건은 마침내 결심한다. 이 시점이 게임의 승부처라고 보고 승부를 걸기로. 도건은 탱크 1부대 반과 골리앗 1부대, 그리고 7기의 SCV를 동원해 윤성의 앞마당으로 돌진한다.
"아!!!! 최도건 선수, 들어가네요. 최도건 선수 병력을 집중해서 서윤성 선수의 앞마당으로 돌진합니다!!!"
전상민 캐스터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관중석에서 함성이 터져나오기 시작한다.
"최도건 선수 일부는 시즈모드 하고, 일부는 퉁퉁퉁퉁~ 게다가 본진에서는 벌처가 충원되고 있습니다!! 이거 뚫리겠는데요?"
"아~ 뚫렸어요! 여기 뚫리면 서윤성 선수 힘들죠!!"
윤성의 앞마당을 막고 있던 병력이 모두 걷어졌을 때, 도건에게 남은 병력은 탱크 3기와 벌쳐 다수. 벌쳐가 모두 교전이 시작된 이후 충원된 것임을 고려하면 무려 탱크 1부대 이상과 골리앗 1부대가 소모된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충분했다. 윤성에게는 남은 병력이 전혀 없었고, 도건의 팩토리에서는 병력이 끊임없이 생산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윤성은 앞마당 커맨드센터를 띄우고나서도 한동안 시간이 지나서야 추가된 병력으로 도건의 병력을 치워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미 피해는 엄청났고, 경기는 기울대로 기운 다음이었다.
이 교전을 마지막으로 게임은 일방적으로 흘러간다. 도건은 윤성의 앞마당을 파괴함과 동시에 8시 본진과 앞마당에 멀티를 가져갔고, 이후 드랍쉽을 모아 윤성의 2시 멀티마저 파괴한다. 윤성은 최후의 저항으로 남은 병력을 모두 드랍쉽에 실어서 도건의 8시 멀티에 드랍, 도건의 멀티를 파괴하지만 도건은 8시를 내주며 윤성의 본진에 입성한다. 1부대가 넘는 탱크와 역시 1부대 이상의 골리앗이 윤성의 팩토리라인을 포격하자 마침내 윤성에게서 항복선언이 나온다.
"GG~~~~~~~ 서윤성 선수 GG를 선언합니다!! SKT배 스타리그 결승 1차전, 메카닉의 제왕 최도건 선수가 먼저 우승으로 한 걸음을 내딛습니다!!"
<2004.09.22>
주감독 이하 팀원들은 때마침 결승전 일정이 결정된 것이 도건의 투지에 불을 붙여 도건이 달라졌다고 생각했다. 진실이야 어떻든 다시금 승부에 불타오르는 도건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을 기쁘게 하고 있었다.
내 일찍이 이토록 열심히 살았던들 악마따위는 필요로 하지 않았을 것이다.
도건은 요 근래 그런 생각을 하며 연습에 매진하고 있었다. 오로지 게임, 게임에만 집중했고 게임을 하지 않는 시간에는 전략에 관한 토론을 하거나 윤성의 리플레이와 VOD를 분석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 결승전까지 앞으로 10일 남짓. 도건은 그 10일 동안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는 각오고 연습에 임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두 명의 최고의 테란이 맞붙는, 그리고 다른 한 편으로는 인간과 악마가 맞붙는 결승전의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전파의 자부심이 다른 SKT! SKT배 스타리그 결승전이 열리는 이곳은 상암 월드컵 경기장입니다."
오랫만에 모습을 드러낸 전상민 캐스터가 언제나처럼 힘찬 목소리로 결승전의 시작을 알린다. 벌써 결승전 행사가 시작된지는 4시간이 지났다. 그 시간동안 추모제와 축하공연, 그리고 리그 리뷰를 통해 결승전의 분위기는 이미 한껏 달아오르고 있었다. 두 달 가까운 리그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상암 경기장은 e스포츠 최고의 게임을 보기 위한 관객들로 가득차 있었다.
"자, 드디어 오랜 기다림을 뚫고 결승전이 벌어지게 되는데요, 먼저 결승전을 치룰 맵 순서부터 알아보겠습니다."
※ SKT배 스타리그 결승전 맵 순서
- 최도건 vs 서윤성
제1경기 : 백두대간
제2경기 : 남자이야기2
제3경기 : 비프로스트3
제4경기 : 네오 버티고2
제5경기 : 백두대간
"자, 엄위원님, 김위원님, 오늘 경기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음... 뭐 일단 같은 종족간의 대진이라는 점에서 맵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아주 크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두 선수의 스타일을 보자면 서윤성 선수는 힘과 물량을, 그리고 최도건 선수는 기동성과 적절한 운영을 중시하는 타입이구요... 따라서 오늘 경기는 힘과 스피드의 대결이라고 요약해볼 수 있겠네요. 오늘 경기를 앞두고 두 선수의 상대전적을 분석해 봤는데 엠게임넷 전적은 3:2로 서윤성 선수가 한 게임을 앞서고 있지만 모든 공식전 전적을 다 따져보면 7:6으로 오히려 최도건 선수가 미세하게 앞서고 있거든요. 따라서 오늘 승부 정말 예측하기 힘듭니다."
"아.. 역시 예측이 힘들다는 말씀이네요. 자, 김위원님 오늘 경기 어떻게 보십니까?"
"모르죠. 예측하기 참 힘든 경기거든요. 전체적인 성적에서 그동안 서윤성 선수가 뭐 거의 최강의 게이머로 군림해온 반면에 최도건 선수는 고질적인 저그전 약세로 사실 성적을 그리 좋지 않았거든요. 따라서 큰 경기 경험이 많은 서윤성 선수 쪽이 조금은 우세해 보이는게 사실입니다. 다만 최도건 선수로서는 게이머 생활에서 최초로 결승에 오른 것이니만큼 각오가 남다르겠죠."
언제나처럼 해설자들의 경기예상이 이어지는 동안, 두 시즌만에 타임머신에 들어온 윤성은 가만히 맞은편의 도건을 바라보고 있었다. 게이머로서 대단히 화려한 시간을 보내온 윤성에게 있어서 가장 어려운 상대를 꼽으라면 윤성은 늘 도건을 떠올렸다. 비록 상대전적은 막상막하였지만 윤성은 도건과 게임을 할 때마다 자신이 조금은 밀리는 듯한 느낌을 받곤 했다. 사람들은 윤성에게 있어서 최고의 라이벌로 이미 죽은 진락을 꼽았지만, 윤성 개인에게는 사실 도건이 더 꺼림칙한 상대였다. 만약 도건의 저그전이 그토록 부진하지 않았다면 윤성이 지금같은 성적을 내는 것이 조금은 더 어려웠으리라...
'그런 도건형과 드디어 결승에서 마주쳤군...'
윤성은 도건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장 결승에서 만나고 싶었던 상대. 그리고 가장 결승에서 만나고 싶지 않은 상대. 윤성에게 그것은 조진락도 강정욱도 아닌 바로 최도건이었다.
'하지만... 예전의 나라면 몰라도 지금의 난 두렵지 않아. 반드시 도건형을 잡고 최고의 테란이 된다.'
오늘 경기맵 중 남자이야기와 네오 버티고는 전형적인 힘싸움형 맵으로 윤성이 자신있어하는 맵들이었다. 반면에 백두대간이나 비프로스트는 기동성을 중시하는 타입인 도건에게 조금은 더 유리하다는게 윤성 자신의 판단이었다.
그렇게 본다면 1경기와 5경기를 백두대간에서 벌인다는 사실은 윤성에게 조금은 더 부담스러웠다.
'괜찮아... 준비해온 필살기가 있으니까. 적어도 백두대간 두 경기와 비프로스트 한 경기의 세 경기중 하나는 분명 잡을 수 있을거야..."
전의와 자신감을 다지며, 윤성이 게임에 조인한다.
- 5, 4, 3, 2, 1....
"경기 시작했습니다. 백두대간 맵에서 벌어지는 테란대 테란전. 최도건 선수의 스타팅 포인트는 11시 붉은색 테란, 그리고 서윤성 선수의 본진은 5시에 있습니다. 녹색 테란."
"아, 양 선수의 진영이 대각선으로 멀게 나왔네요. 이렇게 된다면 스피드와 기동성의 플레이를 하는 최도건 선수 쪽보다는 아무래도 러쉬거리가 멀다는 면에서 서윤성 선주쪽이 경기하기가 편하겠죠."
"일반적으로 백두대간에서의 테란대 테란전은 본진 입구, 앞마당 뒷편에 있는 언덕의 공략이 중요시되는 경향이 있죠. 다시 말해서..."
해설진들의 경기분석이 이어지는 사이 도건은 게임운영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윤성이는 명실공히 사상최강의 테란이다...'
'따라서 윤성이가 자신의 뜻대로 플레이하게 놔두어서는 절대로 게임을 이길 수 없다. 언제나 윤성이보다 한 발 앞서서 나가야 한다.'
많은 게이머들이 그렇겠지만 도건은 테테전의 핵심은 두가지라고 생각했다. 하나는 가스, 다른 하나는 유닛간의 상성. 즉, 상대보다 가스를 많이 확보하면서 탱크>골리앗>레이스>탱크, 그리고 변수가 될 수 있는 유닛인 벌쳐.
이 네가지 유닛을 활용함에 있어서 항상 상대보다 한 발 앞서서 상성상 우위에 있는 유닛을 활용할 수 있다면 체제의 전환시마다 조금씩 조금씩 이득을 쌓아 나갈 수 있다는 것이 도건의 생각이었다.
물론 근자에 이르러 이른바 '닥치고 물량뽑아 어택땅'류의 물량테란이 득세를 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도건의 생각으로는 기본적으로 그와 같은 플레이는 해당 플레이 이전에 상대보다 가스를 많이 확보했기 때문이고, 이는 도건이 중요시하는 유닛간 상성에 따른 이득이나 게릴라, 혹은 먼저 멀티를 하고 위치선정으로 물량의 부족을 상쇄하는 등의 플레이가 전제되었을 때 가능하다. 즉, 물량테란이 마치 새로운 경향처럼 보여도 큰 범주에서 볼 때는 이전의 테테전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게 도건의 생각이다.
'조금의 틈만 줘도 윤성은 엄청난 물량을 만들어낼 수 있는 녀석이다. 나로서는 따라갈 수 없는 왼손을 가지고 있으니까...'
'따라서 유닛의 상성에서 항상 한 발 앞서나가야 한다. 윤성이가 나의 체제변환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체제를 맞춰나가야만 하도록... 그렇게 플레이하면 매번 체체가 바뀔 때마다 미세한 이득을 쌓을 수 있고 윤성이의 물량이 폭발할 틈도 없이 승리를 가져갈 수 있다.'
이를 위해 도건이 선택한 첫번째 카드는 벌쳐였다. 그것도 애드온도 달지 않은 상태에서 튀어나오는 빠른 벌쳐.
1기의 마린과 SCV로 상대의 1차 정찰을 저지한 도건은 두팩에서 벌쳐를 모으기 시작한다. 애드온을 달지 않은 것은 두 가지를 의미한다. 첫째로 일반적으로 상대가 생각할 수 있는 벌쳐 타이밍보다 더 빠르게 벌쳐가 나온다는 것. 둘째로 벌처에 투자한 비용이 적기 때문에 - 벌처의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으니까 - 보다 자유롭게 체제를 바꿔갈 수 있다는 점.
마침 정찰 SCV가 알려온 상대의 체제는 투팩에서 하나의 팩토리에만 애드온을 달고 바로 골리앗을 준비하고 있다. 대각선이기 때문에 굳이 벌처가 필요없다는 것이 윤성의 생각이다. 도건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상대 진영으로 4벌처를 출발시킨다. 못해도 SCV 몇 개는 잡을 수 있으리라...
막 생산된 탱크 1기를 입구로 보내며 윤성은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꼈다. 상대진영을 정찰하지 못했기에 느끼는 불안감. 하지만 어차피 지금 타이밍에 공격을 온다고 해도 벌쳐 1~2기에 불과하다.
'응? 이건?'
윤성이 확인한 것은 바로 벌처. 그것도 4기의 벌처다. 윤성이 지금 가진 병력은 고작 탱크 1기. 이 병력으로는 벌처의 SCV사냥을 제대로 막을 수 없다.
느끼는 순간 반응한다. 초고수 레벨이라는 이야기를 듣기 위한 조건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반응속도가 그 중에 하나임은 틀림없다. 위기감을 느끼는 바로 그 순간에 윤성은 놀라운 게임센스를 발휘해 본진으로 들어오는 오목한 지형에 서플라이와 SCV를 건설해 벌처의 난입을 막아낸다. 도건의 벌처는 엔지니어링 베이를 짓은 SCV 한 기를 잡아내는 성과만을 거둔채 입구를 하릴없이 배회하다가 물러선다.
'좋아...'
일단 첫번째 벌처를 막아냈기에 윤성은 자신이 유리해졌다는 판단을 한다. 상대는 벌처를 4기나 뽑았으니 적어도 마인업 정도는 했을 것이고, 거기에 투자된 자원은 만만치 않다. 반면 윤성은 1탱크와 3골리앗을 보유했으니 몇 개의 마인 정도는 장애가 되지 않는다.
지금의 유리함을 멀티로 환산한다. 그것이 윤성의 생각이었다. 앞마당을 먼저 가져가며 탱크와 골리앗으로 한 차례 더 수비한다면 기회는 자신에게 있다. 골리앗으로 상대의 정찰배럭을 잡아내고, 2탱크 3골리앗을 SCV 1기와 함께 앞마당으로 보내며 윤성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윤성의 미소는 오래가지 않았다. 앞마당으로 보낸 병력이 시즈탱크의 포격을 받고 있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어느새 도건은 2탱크와 4벌처로 자신의 앞마당 위쪽 언덕을 장악하고 있다. 윤성은 앞마당으로 보낸 병력을 헛되이 소비했고, 멀티 또한 늦어졌다.
'제기랄...'
앞마당 언덕의 병력이 그리 많은 것은 아니고 걷어내는데 문제는 없다. 그러나 문제는 멀티가 늦어졌다는 것. 분명 지금쯤 도건은 앞마당에 멀티를 건설하고 있을 것이고, 윤성이 앞마당 언덕의 병력을 걷어내고 앞마당 건설을 준비할 쯤이면 이미 앞마당이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으리라....
'무언가 전기가 필요하다. 무언가 불리함을 뒤엎을 카드가 필요해...'
윤성이 이런 고민에 빠져있을 때 도건은 윤성의 예상대로 앞마당에 커맨드 센터를 짓고 있었다.
'좋아... 일단 미세한 이득을 가져왔다.'
윤성이 건물로 입구를 막으며 벌처를 수비한 것은 도건의 예상을 앞지르는 센스였지만, 이후의 진행은 도건의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아무리 윤성이라도 그 타이밍에 시즈탱크를 언덕위로 올렸을 거라 예상치는 못했으리라.
앞마당에 커맨드 센터를 건설하며 도건은 다시 한 번 병력을 모은다. 이미 윤성은 도건의 언덕장악 병력을 제거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피해를 봤으며, 도건이 확인하기로는 시즈탱크 3기 정도로 앞마당을 수비하며 멀티에 커맨드센터를 짓고 있다.
'한 번만 더 피해를 주자.'
골리앗+탱크+SCV로 구성된 병력을 준비하여 도건은 생각한다. 상대의 앞마당을 한 타이밍만 더 늦춘다면 승리는 더욱 확실해진다. 도건은 탱크3기 골리앗3기 SCV4기를 모아 상대 앞마당으로 공격을 보낸다. 그러나 윤성의 앞마당에서 벌어진 교전의 결과는 도건의 예상과 달랐다. 윤성은 상대의 탱크를 1기까지 줄이는데 성공했고 자신은 3기의 탱크가 남았지만, 더이상 무리하지 않고 후퇴했다. 이 정도면 교전에서 큰 손해를 본게 아니지만 곧 병력이 추가될 상대의 앞마당에서 무리를 하다가 탱크 3기마저 잃게되면 애써 쌓은 이득을 고스란히 반납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 두 명의 위대한 테란 플레이어는 각자의 앞마당을 가져가며 병력을 모으기 시작한다. 이렇게 진행된다면 초조한 쪽은 윤성. 윤성은 자신이 손해를 본 것을 알고 있기에 무언가 해야한다는 강박증에 시달리기 시작한다.
'지금 싸우면 이길 수 없다. 어쩌면 질 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건...'
이 상황에서 윤성이 할 수 있는건 두 가지다. 조이기, 혹은 멀티. 다행히 정찰용 엔지니어링 베이를 통해 상대가 아직 센터에 병력을 진출시키지 않는 것을 확인한 윤성은 6기의 탱크와 3개의 SCV를 상대 앞마당 쪽으로 보낸다. 상대 병력이 진출하기 전에 상대의 앞마당을 조이고 멀티를 1개 더 가져간다는 것이 윤성의
계산이었다.
그러나 여기서 윤성은 또 한번의 실수를 저지른다. 상대 언덕을 계산에 넣지 않은 것. 상대 앞마당 아래쪽에 내려와있는 병력만을 계산에 넣고 상대진영으로 접근하던 윤성은 도건의 언덕위 탱크의 포격으로 오히려 병력의 손실을 본다. 간신히 상황을 수습했을 때 윤성에게 남은 것은 단 2기의 탱크. 차이는 더 벌어지고
말았다.
'제기랄....'
윤성은 될 데로 되라는 심정으로 2시 스타팅에 몰래 멀티를 시작한다. 혹시 운이 좋아서 상대가 늦게 발견한다면 경기를 뒤엎는 변수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다. 어느새 윤성으로서는 운에 기대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게임은 기울고 있었다.
도건은 자신이 상당히 유리해졌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도건은 상대가 서윤성이라는 것을 다시금 되새긴다. 윤성이 최고의 테란으로 불리기까지 만들어낸 불가사의한 역전승이 몇 번이었던가!
윤성은 승리를 확고히 굳힐 방법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상대가 병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2시에 멀티를 하고 있음을 스캔하는 순간 도건은 고민에 빠진다.
'윤성은 이대로는 승리할 수 없다고 보고 승부수로 2시에 몰래 멀티를 하고 있다.'
'따라서 2시 멀티를 저지하면 확실히 승리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 또한 지금 2시 멀티를 저지하는 것은 어린아이 손목 비트는 격이다.'
어느새 도건은 1부대 반 가량의 탱크와 1부대 정도의 골리앗을 확보했다. 확실히 2시를 미는 것은 간단하다.
'하지만 2시를 민다고 완전한 승리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 2시에 투입된 자원은 커맨드센터 1대 정도이기에...'
'만약 2시를 무시하고 앞마당을 밀어버린다면, 그렇다면 승리는 결정적이다.'
하지만 윤성의 앞마당에는 8기의 탱크가 자리를 잡고 있다. 따라서 앞마당을 미는 것은 자칫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
잠시 고민하던 도건은 마침내 결심한다. 이 시점이 게임의 승부처라고 보고 승부를 걸기로. 도건은 탱크 1부대 반과 골리앗 1부대, 그리고 7기의 SCV를 동원해 윤성의 앞마당으로 돌진한다.
"아!!!! 최도건 선수, 들어가네요. 최도건 선수 병력을 집중해서 서윤성 선수의 앞마당으로 돌진합니다!!!"
전상민 캐스터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관중석에서 함성이 터져나오기 시작한다.
"최도건 선수 일부는 시즈모드 하고, 일부는 퉁퉁퉁퉁~ 게다가 본진에서는 벌처가 충원되고 있습니다!! 이거 뚫리겠는데요?"
"아~ 뚫렸어요! 여기 뚫리면 서윤성 선수 힘들죠!!"
윤성의 앞마당을 막고 있던 병력이 모두 걷어졌을 때, 도건에게 남은 병력은 탱크 3기와 벌쳐 다수. 벌쳐가 모두 교전이 시작된 이후 충원된 것임을 고려하면 무려 탱크 1부대 이상과 골리앗 1부대가 소모된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충분했다. 윤성에게는 남은 병력이 전혀 없었고, 도건의 팩토리에서는 병력이 끊임없이 생산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윤성은 앞마당 커맨드센터를 띄우고나서도 한동안 시간이 지나서야 추가된 병력으로 도건의 병력을 치워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미 피해는 엄청났고, 경기는 기울대로 기운 다음이었다.
이 교전을 마지막으로 게임은 일방적으로 흘러간다. 도건은 윤성의 앞마당을 파괴함과 동시에 8시 본진과 앞마당에 멀티를 가져갔고, 이후 드랍쉽을 모아 윤성의 2시 멀티마저 파괴한다. 윤성은 최후의 저항으로 남은 병력을 모두 드랍쉽에 실어서 도건의 8시 멀티에 드랍, 도건의 멀티를 파괴하지만 도건은 8시를 내주며 윤성의 본진에 입성한다. 1부대가 넘는 탱크와 역시 1부대 이상의 골리앗이 윤성의 팩토리라인을 포격하자 마침내 윤성에게서 항복선언이 나온다.
"GG~~~~~~~ 서윤성 선수 GG를 선언합니다!! SKT배 스타리그 결승 1차전, 메카닉의 제왕 최도건 선수가 먼저 우승으로 한 걸음을 내딛습니다!!"
<2004.09.22>
'Fiction/습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파우스트 V2.1 - 제10편 : 망자를 위한 진혼곡(완결) (0) | 2009.12.30 |
---|---|
파우스트 V2.1 - 제9편 : 결승전(2) (0) | 2009.12.30 |
파우스트 V2.1 - 제7편 : 두번째 만남 (0) | 2009.12.30 |
파우스트 V2.1 - 제6화 : 또 하나의 죽음 (0) | 2009.12.30 |
파우스트 V2.1 - 제5편 : 희망의 근거 (0) | 2009.12.30 |